중국은 12일 공산당 18기 3중 전회에서 미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유사한 국가안전위원회를 창설하기로 결정했다. 일본도 바로 얼마 전 미국 NSC를 모델로 한 국가안전보장회의 창설 법안에 대한 중의원 심의를 끝내고 내년 초 출범시킬 계획이다. 시진핑 주석이 의장을 맡게 될 것으로 알려진 중국 국가안전위원회에는 공안부·사법부·경찰 등 국내안전 담당 부서뿐 아니라 외교부·국가안전부(국정원 격)·당 대외선전판공실·인민해방군이 참여해 외교·군사안보·영토문제를 총괄한다고 한다. 일본판(版) NSC도 아베 총리가 조직의 장(長)을 맡고, 외교·안보 현안을 조정하는 최고 사령탑 역할을 하게 된다.
지금 동북아는 경제적 상호 의존이 높아지는데도 이에 반(反)비례해 군사·외교적 갈등이 더 표면화되는 이른바 '동북아 패러독스'에 갇혀 있다. 한·중·일은 오랜 세월 단절됐던 국교(國交) 관계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영토·해양 경계선을 명확히 정리하지 못했다. 그 결과 한·일, 중·일, 일본·러시아 사이에서 이 문제가 갈등을 불러오고 때로는 아슬아슬한 군사적 대치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다.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분쟁은 2차대전 전후 처리 문제를 다룬 카이로·포츠담선언에서 일본 영토의 범위에 대해 확실히 선을 긋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독도 문제 역시 샌프란시스코 미·일 강화조약 체결 때 일본 영토의 범위를 애매하게 해둔 탓에 불거졌다.
동북아는 미국과 중국이 '대각축(大角逐)'을 벌이고 있고 그 연장선 위에서 중국과 일본이 '소(小)각축'을 벌이는 구도다. 미국은 현재 엄청난 재정 적자 때문에 국방 예산을 감축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미국은 일본을 아시아에서 미국의 국방력을 보완해줄 수 있는 나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역사적 과오에 대해 이웃 나라가 납득할만한 정리 절차를 생략한 채 개헌과 집단적 자위권 확보를 통한 군사력 강화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 역시 G2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일이 서로 경쟁하듯 국가 안보 전략을 짜고 이를 집행해 나갈 외교안보사령탑을 새로 만든 것이다.
한국이 미·일과의 협력 테두리 속에서 대(對)중국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켜나갈 것인가는 큰 숙제다. 한국은 '혈맹'이나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 같은 수사(修辭)의 바닥에 깔린 현실적 국제관계의 방정식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한국이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을 묶은 우회적 삼각(三角)동맹 속에서 동맹의 의무를 다하면서도 독자적 국익 확보를 위해 행동반경을 넓혀가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남북 간의 긴장 완화, 나아가 통일문제도 이 같은 동북아의 중층(重層) 구조 속에서 새 길을 열어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중·일의 국가안전보장회의 신설이 동북아 정세에 가져올 변화를 정확히 읽어내고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사설] 국제수지 사상 최대 黑字 상황에 대응할 정책 내놔야
[사설] 南·北·러 3각 합작이 남북 관계 개선 추진력 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