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牛島(우도), 이 검은 모래에 얽힌 한 여인의 삶을 아십니까?

입력 2013.11.05 03:03

4·3평화문학상 수상자 구소은씨… 일제강점기 해녀 4代 이야기 다뤄

제주 우도 검멀레(검은 모래) 해변의 구소은씨.
제주 우도 검멀레(검은 모래) 해변의 구소은씨. 장편소설‘검은 모래’는 이곳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은행나무 제공
"소설을 쓰면서 제주 지역 여성들의 생활력과 모성애가 무척 강하다고 느꼈습니다. 이곳 우도의 검은 모래찜질이 만병통치약이라 하더군요(웃음). 제 소설이 4·3의 슬픔을 치유하는 작은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도(牛島)의 검은 모래가 오후 4시의 비스듬한 햇살에 반짝였다. 풍화된 현무암과 화산재가 만든 흑빛 해변. 제주도 해녀(잠녀)들의 애증이 녹아 있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제1회 제주 4·3평화문학상 기자간담회'가 4일 오후 제주 우도 검멀레 해변의 한 찻집에서 열렸다. 수상자는 장편소설 '검은 모래'의 구소은(49)씨. 해방 공간 제주의 가장 큰 비극이었던 4·3사태의 치유와 평화를 위해 제주도가 상금 7000만원을 내걸고 제정한 문학상의 첫 번째 주인공이다.

'검은 모래'는 제주 우도와 일본 도쿄 남단의 화산섬 미야케지마의 검은 모래를 무대로 4대에 걸쳐 이어지는 해녀 가족의 드라마. 일제강점기에 우도 출신 한 해녀 가족이 일본으로 원정 물질을 갔다가 정착한 뒤 펼쳐지는 파란만장한 이야기다. 단순히 어떤 특정 시점의 비극에 한정되지 않고, 해녀의 신산한 삶과 재일 조선인으로서 겪게 되는 차별, 모국의 분단 상황에 따른 이념적 갈등 등 100여년에 걸친 장대한 서사가 매력적이다.

구씨는 광고인 출신이다. 프랑스에서 광고학을 전공하고 광고 회사에 다니다 글을 쓰겠다는 오래된 꿈을 실천에 옮겼다고 했다. 인생의 전환점은 재일 교포인 여동생의 초청으로 2008년 미야케지마를 찾았을 때다. 도쿄에서 배로 6시간30분이 걸리는 황량한 화산섬. 그곳에 한국인 촌락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제주도에서 소위 '출가(出家) 물질'을 나온 해녀들이 정착한 마을이었다.

"미야케지마에는 제주도 해녀 출신 할머니가 살아 계셨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걸 아주 꺼려하시더군요. 만남 자체도 거부하셨고요. 얘기를 들을 수 없는 부분들은 자료를 찾았습니다. 제주 잠녀의 출가 물질에 대한 논문을 찾았고, 나가사키 원폭 현장에도 다녀왔지요. 수상 통보를 받았을 때는 마침 제가 심장 수술을 하고 병석에 누워 있을 때였어요. 제게는 이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은 의무감 같은 게 있었습니다."
R>심사위원들은 "상처를 헤집기보다는 공존과 평화를 전망하는 작가의 통찰과 역사의식이 돋보인다"고 했다. 4·3평화문학상 운영위원회 조병철 위원장은 "제주도는 대문, 거리, 도둑이 없는 3무(無)로 유명하다"면서 "제주도에 남아 있는 갈등을 해소하고, 3무 정신이 살아 있는 평화로운 고장을 만들자는 게 이 상의 취지"라고 말을 보탰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