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경기동부 핵심 관계자가 증언하는 RO의 실체

입력 2013.11.01 17:38 | 수정 2013.11.01 17:41

“어설픈 검찰 수사에 실망했다”

⊙ 처음 “베트남식으로 통일하자는 주장에 의아”
⊙ 민혁당 조직원, “RO는 조직명(組織名)이 될 수 없어”

“검찰 수사가 너무 엉성해요.”

10월 초 경기도 성남시 인근 식당에서 기자는 수십 년간 경기동부연합 조직원들과 교류했던 A씨를 만나 조직의 실체에 대한 증언을 들었다.

A씨는 대표적 종북세력으로 의심되는 경기동부연합 핵심 인물들과 오랜 기간 교류했다. 경기동부연합의 지역거점인 성남 지역에서 활동했던 A씨에 대해 지역 정치인, 언론인들에게 문의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A씨야말로 경기동부에 대해 가장 정통한 인물”이라고 답했다. 기자는 수개월 동안 A씨에게 “경기동부의 실체를 밝혀달라”고 요청했으나, A씨는 “아직 자식들을 출가시키지 못했다”며 인터뷰를 극구 사양해 왔다.
그러다 9월 말 검찰의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51·구속)에 대한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보고,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다. 그는 “조직사건 수사의 핵심은 조직명, 조직체계 등 조직의 실체(實體)를 밝히고, 북한 노동당 가입 등 북한과의 연관성을 규명하고, 조직의 지도부를 색출(索出)해야 하는데 검찰 조사에는 이런 내용이 전혀 없다”며 “이대로 가면 사건 자체가 묻힐 것 같아 증언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A씨는 과거 경기동부 조직 활동을 증언하면서 조직원들의 이름과 직책 등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기자는 익명(匿名)을 보장해 달라는 A씨의 요청에 따라, A씨의 이름, 직함 등을 모두 비(非)공개 처리했다. 또 증언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 경기동부의 전신(前身)인 민혁당 조직원, 경기동부지역 운동권 원로 등에게 자문을 요청했다.

“공산통일이 뭐가 나쁜가”

2012년 4월 11일에 치뤄진 총선 이틀전 경기 성남중원에 출마한 김미희 후보 사무실에서 전략회의를 갖고 있는 이석기 의원(사진 오른쪽 끝). 당시 비례대표 2번을 받은 이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해당 사진을 올렸다. 이 의원은 “D-2, 성남중원 김미희 선본(선거본부) 동지들과 늦은 시간 전략회의를 가졌습니다. 자정 넘는 시간까지 지지자를 찾아다니는 운동원들로 회의장 주변은 바삐 돌아갑니다. 꼭 이기리라 믿습니다”는 글을 사진과 함께 남겼다. 당시 무명(無名) 정치인이었던 이 의원이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 경기동부 세력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1990년대 말에 경기동부에서 주최하는 모임에 참석했었습니다. 모임에서 베트남식으로 통일하자는 주장을 하더라고요. 황당했습니다. 베트남의 호치민이 미제(美帝·미국제국주의)를 몰아내고, 자주적으로 잘 살고 있다면서 공산통일이 뭐가 나쁘냐고 말했습니다. 명분(名分)은 이념과 사상의 장벽을 넘어서 통일하자는 것인데, 북한의 주장에 동조(同調)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또 데모를 하면 그 배후(背後)에는 항상 그 사람들이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졌습니다.”

- 시위(示威)의 배후에서 활동했던 구체적인 사례는 무엇인가요.
“이석기와 뜻을 같이했던 이○○은 구(舊)삼성프라자 노조 설립 운동의 배후였습니다. 2007년 애경이 분당 삼성프라자를 인수했습니다. 현재 분당의 AK프라자 백화점은 과거 삼성물산이 운영했습니다. 매년 흑자만 250억원이 넘는 알짜였죠. 그런데 노조를 설립하려 했습니다. 백화점 사업은 지역에 개장을 한 후에 5~6년 동안 투자를 해야 흑자로 돌아서게 됩니다. 삼성 입장에서는 수년간 투자를 했는데, 흑자전환을 이루자마자 사업에서 철수했습니다. 노조설립신고가 계속 들어오고, 민주노총에서 활동하던 이○○이 배후에서 조종하니까 손 털고 나간 것이죠. 삼성은 노조를 용납하지 않죠.”

- 경기동부 조직원들의 생활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대학을 나와서 평생을 취직하지 않고 우유배달하면서 노동운동을 했던 사람들이에요. 의식화되지 않으면 그렇게 못하죠. 예를 들어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나온 이○○은 무가지 《벼룩시장》 꽂아주는 일을 하면서 20만원 받아서 생활했어요. 민주노총에서 일을 했는데, 과거에는 돈이 내려오지 않았죠. 지금은 150만~180만원 정도 받는다고 하더군요. 고려대를 나와 건설○○노조 상근자로 활동하던 김○○의 경우는 갑자기 서울○○센터로 가더라고요. 아니 잘 지내고 있는데 왜 서울에 가냐고 주변에서 물으니까, ‘조직에서 가라면 가야 한다’고 한탄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김미희 의원 역시 서울대 약대를 나왔는데도 남편과 금가루를 삼겹살에 뿌려주는 가게를 하면서 어렵게 살았어요. 그놈의 조직이 뭔지 의식이 뭔지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RO는 조직명(組織名)이 될 수 없어”

지난 9월 26일 경기도 수원지검 대회의실에서 김수남 수원지검장이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수원지검 공안부(부장검사 최태원)는 이날 내란선동과 내란음모,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등의 혐의로 이 의원을 구속기소했다.

한편 최근 검찰 수사와 관련해, 과거 민혁당 조직원으로 활동하는 등 운동권 조직에 정통한 C씨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검찰은 조직의 명칭을 RO라고 설명하는데, 참으로 한심하다고 생각해요. RO는 운동권에서 핵심 조직원을 지칭하는 보통명사입니다. 가장 밑바닥에 MO(Mass Organization·대중조직)가 있어요. MO는 혁명적 욕구가 없는 조직원들로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들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움직입니다. 예를 들어 학생회, 농민회, 노조, 기성 정당 등이 있습니다. 그 위로 RMO(Revolutionary Mass Organization·혁명적 대중조직)가 있습니다. 이들은 MO에 소속되어 있으나 좀 더 정치적으로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행동합니다. 조직 내에서 의식이 강한 사람들이 따로 모여서 조직을 묶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RO가 있습니다. 자본가(資本家), 제국주의(帝國主義)가 없는 세상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서 투쟁하는 직업 혁명가를 뜻하는 보통명사입니다.

주사파 조직은 명칭을 만들 때 나름의 이유와 논리가 있어요. ○○당 혹은 ○○연합이라는 명칭(名稱)이어야 말이 되는 것이죠. 검찰의 주장처럼 조직명을 RO라고 하지는 않을 거예요. 아마도 이석기 측에서 재판과정에서 RO는 조직명이 될 수가 없다는 근거를 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운동권 조직 생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RO가 조직명이 될 수 없다는 데 동의할 거예요. 조직의 이름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으니 구체적인 혐의가 헷갈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직 사건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북한 노동당 가입 여부를 밝혀내는 것이죠. 과거에는 북에서 팩스 등으로 노동당 가입증을 보냈는데, 요즈음은 문서를 보내지 않아요. 그것이 증거가 되니까요. 아마도 북에서 누군가 내려와서 구두(口頭)로 ‘당신은 이제부터 노동당에 가입됐다’고 임명했을 거예요. 북한 노동당 규약에 구두로 노동당에 가입하는 절차가 구체적으로 나와 있어요. 가장 중요한 노동당 가입 문제에 대해 검찰이 아무런 설명을 하고 있지 않으니 답답합니다.”
 
국정원이 입수한 경기동부 ‘지하조직 비밀회의’ 녹취록에 따르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정치, 군사적 준비를 해야 한다”며 “한두 사람의 발언과 결의가 아니라 전국적 범위에서 새로운 미래를 구축하기 위한 최종 결전의 결사를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주장은 단지 허풍이 아니다. 최종 결사를 위한 기반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 새누리당이 정부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조선일보》가 10월 초에 보도한 정부, 지방단체에 진출한 통진당 관련 인사들의 명단을 보면 종북세력이 시민사회단체라는 가면을 쓰고 우리 사회 곳곳에 침투했음을 알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자체에 진출한 통진당 관계자 38명 중 14명은 근로자복지센터,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 지자체 산하단체의 단체장이거나 책임자급이었다. 14명은 정부 및 지자체에서 지원을 받는 사회적 기업 대표나 운영위원, 본부장 등 임원이었고 나머지 10명은 서울, 인천 등 지자체에서 예산지원을 받는 민간단체 소속이었다. 그러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종북세력의 실체에 대해 검찰은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사건이 묻힐 것이 우려된다”는 제보자들의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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