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젠 사키 대변인은 29일(현지 시각)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국가안보국(NSA)의 35개국 지도자 도청 의혹과 관련, "우리는 여러 국가와 협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고 대화 의지를 표명한 다른 국가와도 협의를 확대하고 있다"며 "이런 나라에는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브라질 한국 인도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국가 정상 도청 파문과 관련해 '한국'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사키 대변인은 "우리는 여러 국가와 협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앞서 우리 정부는 한국 대통령도 대상에 포함됐는지를 확인해 달라고 공식 요구했다. 외교 당국은 특히 "정상(頂上)에 대한 도청은 매우 엄중한 사안"임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치권도 이 문제를 본격 제기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당당한 대통령이기를 바란다"고 했다.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은 "사실로 드러나면 엄중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미국이 2006년부터 우리 대사관과 대통령까지 도청했다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내용도 다 들여다보고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