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의사 진료·처방까지… 2015년부터 가능

입력 2013.10.30 03:54 | 수정 2013.10.30 10:13

[원격진료 개정案 입법예고]

영상으로 진찰하고 원격 처방, 동네 의원에 우선 도입하기로… 만성질환·노인 등 대상 한정
의협 "병원 쏠림현상 심해지고 동네의원 기반 무너질것" 반발

당뇨병 환자 최모(50)씨는 매일 아침 집에서 가정용 혈당 측정기로 혈당을 잰다. 혈당 수치는 휴대폰과 연결돼 최씨 건강관리 웹 사이트에 올라간다. 이때 전날 먹은 식사량과 만보계로 측정한 걸음 수도 함께 올린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를 병원 의료진이 분석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주사 용량을 바꾸거나, 약물 복용 여부를 결정한다. 최씨는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시범 사업으로 실시한 원격 혈당 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 3개월 만에 당화혈색소를 정상 수준으로 내릴 수 있었다.

video_0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교도소에 수감 중인 환자의 피부질환을 원격 영상 진단과 진찰 장비로 진료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2015년부터 원격진료…집에서 의사 진료와 처방까지 TV조선 바로가기
이처럼 환자가 의료 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집이나 직장에서 IT 장비를 이용해 건강 상태를 점검받거나 진료를 받고 처방받는 원격 진료가 본격적으로 도입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29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지금까지는 교도소나 섬, 벽·오지 등에서 시범적으로만 이용됐다. 복지부는 연내에 국회에 법안을 제출해 이르면 2015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시간·장소 제약 없이 진료·처방

입법안에 따르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 무의촌 섬이나 벽오지 주민은 의료 기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원격 영상 대화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들은 초진과 재진 모두 원격으로 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경증 환자의 대형 병원 쏠림을 막고 의사협회의 반발을 감안해 원격 진료를 동네 의원만 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수술이나 퇴원 후 집에서 요양 중인 환자, 지속적인 욕창 관리, 가정용 산소 치료 환자 등은 해당 병원 의료진의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 질환자는 재진 시에만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동네 의원만 가능하며, 처음 진료는 의사를 직접 봐야 한다. 이후 건강상에 큰 변화 없이 약물을 반복해 복용할 경우, 의료 기관에 가지 않고도 진료받고 약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진료 수가와 대상 범위가 관건

IT의 발달에 따라 원격 진료는 이미 선진국에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IT 인프라가 가장 발달한 나라이면서도 그동안 원격 진료 자체가 불법이어서, 날로 커지는 원격 의료 산업을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원격 진료 대상과 방식 그래픽
이번 복지부 발표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을 내고 "원격 진료를 도입하면 일차 의료 기반이 무너진다"며 즉각 반발했다. 의협 송형곤 대변인은 "지난 2008년 아파요닷컴이라는 의료 회사가 원격 진료와 처방을 한다면서 단 2일 만에 13만명을 진료해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며 "원격 진료를 시행하면 지리적 접근성을 기반으로 생존하는 동네 의원의 존립 기반이 즉각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원격 진료 대상과 횟수를 어느 정도로 제한하느냐에 원격 진료 도입의 성공 여부가 달렸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원격 진료 대상자를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 질환자'로만 하고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고, 한 의료기관이 하루에 몇 명까지 원격 진료할 수 있는지도 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원격 진료의 진찰료나 원격 건강지표 관리 서비스 요금을 얼마로 책정하느냐에 따라서도 원격 의료 활성화 유무가 결정될 전망이다.

가톨릭 중앙의료원 유(U)헬스사업단 윤건호(내분비내과 교수) 단장은 "원격 진료가 연착륙된다면 스마트폰·태블릿PC·웹캠 등 IT와 의료가 융합 발전해 의료 산업을 키우고 수출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