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의사와 일본인 간호사가 다음달 3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청와대 사랑채에서 ‘한·일(韓日) 커플 결혼식’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혼식은 일본 아베 내각의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총무상과 여야 국회의원 157명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한·일 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가운데 청와대에서 열리는 양국 국제결혼이란 점에서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고 세계일보가 29일 보도했다.
청와대 사랑채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국제결혼의 주인공은 재일(在日) 한국인 의사 손재현(38)씨와 일본인 간호사 후쿠다 에리(30)씨. 두 사람은 다음 달 3일 낮 12시30분 청와대 사랑채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결혼식 주례는 재일한국인의사회의 권유로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이 맡기로 했다.
특히 재일한국인의사회는 이번 결혼식이 한·일 관계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다방면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昭惠) 여사는 재일한국인의사회를 통해 축하 화환을 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손씨의 가족은 화환을 받을 수 없는 결혼식장의 특성상 다른 형태로 아키에 여사의 축하를 받는 방법을 찾고 있다.
영친왕의 부인인 이방자 여사 집안 양자로 알려진 일본 황실 측 인사 다카노 나시모토(75)씨도 결혼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세계일보는 전했다. 재일한국인의사회는 청와대에 박근혜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학교 때 일본으로 건너간 손씨는 데이쿄(帝京)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오키나와현의 한 종합병원에서 뇌(腦) 신경외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후쿠다씨와의 사이에 3명의 아이를 두고 있지만, 바쁜 의사 수련과정과 부모의 결혼 반대 등으로 7년간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
손씨의 어머니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늦었지만 의미 있는 결혼식을 하기 위해 청와대 ‘작은 결혼식’에 신청을 해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손재현씨는 이달 30일 한국에 들어와 대한의사협회를 방문, 노환규 회장과 결혼식에 대해 상의할 예정이다.
청와대 사랑채는 청와대를 찾는 관광객을 위해 역대 대통령의 활동과 업적, 서울의 모습 등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청와대는 지난해부터 화환과 폐백, 예물, 하객 등을 없애거나 줄인 ‘작은 결혼식’의 장소로 일반인에게 사랑채를 개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