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무력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현재 상황을 바꾸려고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일본은 아·태 지역에서 경제뿐만이 아니라 안보 분야에서도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현지 시각)에 실린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중국 위협론을 내세워 일본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과 더불어 'G2(주요 2개국)'로 급부상한 중국에 대한 우려가 큰 서구 언론을 통해 일본의 견제 역할을 강조하면서 집단적 자위권 도입 등 군사 재무장의 당위성을 선전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일본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와 독도는 일본 고유 영토"라고 주장하는 동영상을 지난 24일 영어 등 10개 국어로 제작해 인터넷에 공개하는 등 해외 홍보전을 강화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5일 진행된 WSJ 인터뷰에서 "(아·태 지역의) 여러 국가가 일본에 이 같은 기대를 강하게 나타냈다"고 주장했다. 이달 초 잇달아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와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정상 회의에서 "일본이 강력한 역할을 해주면 중국도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각국이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15년간 일본은 지나치게 내부 지향적이었다"면서 "이제 경제 회복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았으며,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공헌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재무장이 미국의 세계 전략과 합치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세계에서 미국이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있고, 다양한 과제에서 미국이 리더십을 가질 것"이라면서 "일본은 중동 문제 같은 과제에서 미국과 협력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동남아 국가와 관계를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속내도 나타냈다. 아베 총리는 오는 12월 아세안 10개국 정상을 초청해 일·아세안 수교 40주년 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WSJ는 "아·태 지역 '리더'로서 일본의 역할이 아세안 정상회담을 통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아베 총리의 일련의 발언에 대해 거친 표현을 사용하며 비난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지도자(아베 총리를 지칭)가 계속 도발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며 "일본 정객(政客)이 안하무인인 데다 (자신의 잘못으로) 안절부절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