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다시 장외투쟁까지 가나..움직임 보니

입력 2013.10.28 13:55 | 수정 2013.10.28 13:57

민주당은 올해 지속적으로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왔다. 연초에는 대선 패배 책임론을 둘러싸고 친노(親盧)와 비노(非盧) 세력으로 나뉘어 내부 갈등을 겪었으나 5월 전당대회를 통해 김한길 대표 체제가 수립된 뒤, 이 문제는 대여(對與) 공세의 핵심 이슈가 됐다. 그 과정에서 국정원 댓글사건 국정조사도 실시하고, 서울시청 앞 천막당사에서 장외투쟁도 벌였다. 하지만 여론은 냉담했다. “민주당이 과거의 일을 자꾸 걸고 넘어지면서 민생을 외면하고 정쟁에만 몰두한다”는 비판도 많았다.

그런데 지난 10월 20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의 공소장 변경 허가신청서와 첨부 서류를 입수하면서 민주당은 반전(反轉) 기회를 잡았다며 다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국정원이 5만5689건의 대선 개입 의혹성 트위터 글을 직접 올리거나 리트윗했다는 내용을 확인한 뒤, 민주당은 “이제야 정권이 어떻게 대선에 개입했는지 실체가 드러났다”며 국민 여론의 폭넓은 호응을 기대하고 있다. 기존에 제기된 인터넷 댓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대선 개입 의혹성 트위터 글이 수사과정에서 쏟아져나온 데다 그 내용도 적나라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국정원의 트위터 대선 개입 의혹과 국정원 수사 관련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업무배제를 계기로 “작년 대선은 ‘신(新)관권 부정선거’였다”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남재준 국정원장을 비롯한 정권 핵심들의 사퇴도 요구했다. 10월 22일 의원총회를 전후해서는 대선불복성 발언도 쏟아졌다. 당내 계파에 상관없이 “작년 대선 때 관권에 의한 선거 부정이 이뤄졌다”는 규탄 발언이 이어졌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이 사안의 본질은 검란(檢亂)도 항명도 아니다. 유례없는 선거 부정 사건과 선거 범죄에 대한 수사 방해와 외압일 뿐”이라고 했다. 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한마디로 ‘신(新)관권 부정선거’로 규정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은 화려한 옷을 입고 구름 위 선녀처럼 행세하지 말고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과거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대선 불복성 발언은 주로 장외(場外)에서 나왔으나 이번에는 당의 중진들이 앞장서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3선의 설훈 의원은 “선거 결과를 승복할 수밖에 없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고, 박지원 의원도 “선거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고 했다. 정세균 의원(당 상임고문)은 트위터를 통해 이틀 연속으로 “작년 대선은 명백한 부정선거” “옳은 것을 말하는데 대선 불복으로 비칠까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더 큰소리로 말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며 당내 강경 분위기를 주도했다.

민주당은 지난 10월 21일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윤석열 지청장의 수사팀 배제 조치에 초점을 맞춰 강하게 검찰을 비판했다. 박지원 의원은 “수사 대상인 국정원이 수사기관인 검찰을 방해하면서 검찰 간부를 찍어내고 있는데 검찰은 아무런 의사 표시를 안 하고 있다”고 했다. 이춘석 의원은 “법조계 안팎에서 ‘윤 지청장이 곧 잘린다’는 소문이 파다하고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특수통 강골 검사들을 내보내고 조직을 재편한다’는 소문도 있다”고 했다.

10월 23일에는 지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나섰다. 그는 ‘박 대통령의 결단을 엄중히 촉구합니다’란 제목의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며 “미리 알았든 몰랐든 박근혜 대통령은 그 수혜자”라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의 불공정과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문제 해결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즉각 실천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검찰 수사의 외압 중단, 진실 규명, 관련자 문책, 국정원 개혁 등을 거론했다. 문 의원은 “국정원, 경찰은 물론 군과 보훈처까지 대선에 개입하고 불법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며 “그마저도 빙산의 일각이 드러났을 뿐이고 대선이 끝나고도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 민주당 신중해지는 분위기...“문 의원이 너무 빨리 나섰다”

문 의원의 한 측근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트위터 글의 숫자와 내용이 공개된 뒤 문 의원이 어떤 식으로 입장을 밝힐지 고민했다”며 “문 의원은 대선 결과는 인정하되 선거 과정의 문제는 박 대통령이 나서 해명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런 성명을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 의원의 성명 발표 후, 민주당 지도부는 다소 신중해지는 분위기다. 한 지도부 의원은 “문 의원이 너무 빨리 나섰다”며 “박 대통령이 풀어야할 문제이긴 하지만 ‘불공정 대선’ 등 단어 선택이 너무 자극적이었다”고 했다. 여당에 공격의 빌미를 주고 있다는 요지였다. 당 지도부는 문 의원의 성명이 나온 이후 관련된 발언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 후보까지 정면에 등장하면서 민주당의 대선불복 의지가 명확하게 드러났다”며 강하게 역공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은 이번에 공개된 트위터 글을 통해 자연스럽게 국민에게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지난 대선의 당사자였던 문 의원이 정면에 나서면서 여야 간 정쟁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했다.

향후 투쟁 방향을 놓고 민주당 내부의 분위기는 엇갈린다. 상당수 의원은 대선불복 논란을 피해가면서 박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원 개혁 약속을 받아내는 게 핵심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지도부도 마찬가지다. 장외투쟁에 대해서도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또다시 전면 장외투쟁을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정권의 대선 개입이 심각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전면 장외투쟁을 통해 여권을 더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 “정부·여당이 뜻대로 법안과 예산안 통과를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 국감이 끝나면 장외로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 대선을 이끌었던 친노와 486 의원들 그리고 국정원 국조특위 소속이었던 박영선 법사위원장, 신경민 최고위원, 박범계 의원 등이 강경 분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다. 향후 투쟁방침에 대한 내부 논란이 격화될 경우 과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민주당은 다시 강경파의 주장을 따라갈 가능성도 상당하다. 결국 박 대통령이 향후 국민과 야당을 상대로 어떤 입장을 밝히느냐에 따라 민주당의 행보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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