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 관계자가 지난 24일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에게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문제에 대해 "한반도 주권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 우리 입장을 반영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일 간에 논의되는 집단적 자위권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입장이 공식적으로 미국에 전달된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집단적 자위권은 유엔헌장에 보장된 권리이긴 하지만 일본은 스스로 이 권리를 포기했었다. 그러다 아베 정권이 헌법 해석을 바꿔 이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나서자 대(對)중국 전략의 부담을 일본과 나눠 지려는 미국이 이를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최근엔 영국과 호주까지 일본 입장에 찬성하는 대열에 합류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한반도 유사시 주한 미군이 공격받을 경우 이를 빌미로 일본군이 한반도에 개입하는 사태를 용인할 수 없다는 뜻을 미국에 전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무력이 한반도에 다시 발을 들인다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있을 수 없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군사적 대비를 철저히 하면서 미국과도 명확한 합의를 해놓아야 한다.

집단적 자위권을 업고 군사 대국으로 등장할 일본이 동북아시아 안보 질서에 미칠 파장은 지대할 수밖에 없다. 중·일 간의 패권 다툼과 군비 경쟁은 이 지역에 거대한 한랭(寒冷)전선을 드리울 것이고, 그 경우 한·미 동맹은 점차 미·일 동맹에 종속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안보는 미국 군사력에 의지하고 경제는 중국 시장에 의존해온 우리의 국가 전략 틀이 위기에 부딪히고 시험대에 오르게 될 거라는 뜻이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군사적 위협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해야 한다. 어느 면에서 보든 우리는 이 문제의 직간접 당사자일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 정부는 미·일의 집단적 자위권 논의를 현실로 수용한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내년 미·일 방위 협력 지침 개정 때까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이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가져올 실(失)을 미국에 납득시키고, 일본의 군사화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명할 필요가 있다.

지금 상황은 분명 동북아 질서의 전환기이자 위기다. 그러나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가 더 부각되고 우리의 존재감과 영향력이 더 커질 기회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것은 우리가 국력을 더 키울 수 있고, 지혜로운 외교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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