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라디오스타' 방송사고, 日 애니 캐릭터를 '철학자'로 소개…왜?

입력 2013.10.24 10:19 | 수정 2013.10.24 10:38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디오스타’)’가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철학자’로 소개하는 방송사고를 냈다.

지난 23일 방송된 ‘라디오스타’는 가수 서인영·박지윤·레이디제인과 걸그룹 레이디스 코드의 멤버 권리세가 출연한 가운데, ‘여가수의 은밀한 매력’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방송 도입부에서 MC 김국진은 “알다가도 모르겠고 친근하다가도 무서운 그 이름 여자! 철학자들은 여자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다른 MC들은 차례로 ‘한 곳에 두 여자를 놓으면 날씨가 차가워진다-셰익스피어’, ‘여자는 지옥의 문이다-제롬’, ‘여자는 남자를 배신하기 위해 태어난 동물이다-오스카 폰 로이엔탈’ 등 세 문장을 인용·소개했다.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캡처
그러나 이중 ‘오스카 폰 로이엔탈’은 철학자가 아니라, 일본 과학소설 ‘은하영웅전설’에 등장하는 여성 혐오적 성향의 캐릭터다. ‘은하영웅전설’은 일본의 SF 소설가 다나카 요시키(田中芳樹)가 쓴 과학 소설로, 만화·게임·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이야기 속에서 오스카 폰 로이엔탈은 오드아이(odd eye·양쪽 눈 색깔이 다른 현상을 의미)를 갖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어머니에 의해 눈 한 쪽이 도려내질 뻔한 이후, 여성을 극도로 증오하게 된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다.

‘라디오스타’가 인용한 오스카 폰 로이엔탈의 말은 소설 ‘은하영웅전설’ 3권에 나온다. 원문은 “미터마이어, 잘 들어 보게나. 자넨 생각이 다르겠지만 여자라고 하는 생물은 말야, 남자를 배신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거란 말일세”이다.

오스카 폰 로이엔탈/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어떻게 이런 방송사고가 발생한 것일까. 단서는 ‘인터넷’에서 발견된다. 인용된 문장들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 보면, ‘여자에 대한 위인들의 평가’ 등의 제목을 가진 게시물 여러 건이 나온다.

이 게시물들 속엔 방송에서 인용된 문장 세 개가 똑같이 실려 있다. ‘라디오스타’ 작가들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해당 문장을 수집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라디오스타’ 측은 출처도, 사실관계도 불분명한 게시물에 의존해 방송을 내보낸 것이다.

포탈사이트에서 '여자는 남자를 배신하기 위해 태어난 동물이다, 오스카 폰 로이엔탈'이라는 문장을 검색하자, ‘여자에 대한 위인들의 평가’ 등의 제목을 가진 게시물 여러 건이 나온다./인터넷 캡처
이와 관련, ‘라디오스타’ 측은 조선닷컴과 통화에서 “작가들이 해당 문장을 담당했다”면서 “사실 관계는 파악을 해 봐야 알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인터넷에서 검색한 자료를 방송에 무분별하게 활용했다가 방송사고를 낸 것은 MBC만의 일이 아니다.

앞서 SBS 역시 지난 8월과 9월, 각각 ‘8시 뉴스’와 ‘스포츠뉴스’에 인터넷에서 검색한 이미지를 내보냈다가 연달아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해당 이미지 속에 각각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사진, 연세대를 의미하는 ‘ㅇㅅ’ 대신 보수 성향 커뮤니티 일베저장소를 의미하는 ‘ㅇㅂ’가 새겨진 로고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라디오스타’의 방송사고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 “진짜 방송을 정신줄 놓고 만드나 보다”, “작가들이 하이델베르크 대학이라도 나온 듯한 이름 같아서 냅다 갖다 붙인 듯”, “오스카 폰 로이엔탈은 그렇다 치자. 그런데 셰익스피어가 철학자인가?” 등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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