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정가에선 작년 말 시진핑(習近平) 지도부를 선출한 18차 당 대회를 앞두고 마오쩌둥(毛澤東·사진) 사상이 67년 만에 당헌에서 삭제될 것이란 이야기가 많았다. 정치 개혁을 위해 마오의 흔적을 지우려는 시도로 풀이됐다. 그러나 1년 만에 마오는 중국에서 삭제는커녕 완전히 부활한 분위기다.

오는 12월 26일 마오 탄생 120주년을 맞아 중국 전역이 추모 행사를 준비 중이다. 중국 청소년에게 마오 업적과 사상을 가르치기 위해 '마오의 어린 시절'이란 애니메이션도 제작되고 있다. 최고지도자를 만화 캐릭터로 묘사하지 않는 '금기'마저 깬 것이다.

시 주석은 최근 문화대혁명(문혁)의 유물인 '자아 비판'을 끄집어 내 지방 관료를 다그쳤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중앙의 지시가 제대로 하달되지 않는 '언색호(堰塞湖·지진이나 산사태 등으로 막힌 호수)' 현상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마오는 문혁을 앞두고 "내 말이 중난하이(中南海·베이징 최고지도부 거주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었다.

베이징 정가 소식통은 마오 부활과 관련, "새 지도부에는 시 주석을 포함해 태자당(太子黨·혁명 원로의 자제) 출신이 많다"며 "태자당에 마오는 신(神)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태자당은 자신들이 '신(新)중국의 대주주'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그 결속의 핵심 고리가 마오라는 것이다. 홍콩 명보는 21일 중국 좌파 사이트를 인용해 "혁명 원로 자녀 수백명이 지난 18일 베이징에서 열린 마오 탄생 120주년 기념 연찬회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빈부차·민족 문제 등 분열 요소가 많은 중국이 통합의 매개로 마오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은 개혁·개방 30년 동안 경제 강국이 됐지만 정치·이념적으로는 계속 취약해졌다는 관측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