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55] 인물을 숭배하려는 우리들의 뇌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3.10.22 03:04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많은 사람이 2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를 추모하고 있다. 물론 그의 업적은 뛰어나다. 평범한 개인도 소유할 수 있는 소형 컴퓨터 개발을 도왔으며,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 자서전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그의 말이 마치 사이비 종교 교주의 설교처럼 받아들여지며, 잡스의 성장 배경과는 너무나도 다른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잡스 닮기'를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업적 덕분만은 아닐 것이다. 21세기 삶을 혁신시킨 IT의 진정한 '영웅'들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을 가능하게 한 TCP/IP 통신 프로토콜을 발명한 많은 공학자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근무 중 월드와이드웹(www·World Wide Web)을 처음 제시한 팀 버너스리(Berners Lee)의 인생이 만화책으로 그려질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를 모범으로 삼으라는 말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동업자 워즈니악(Steve Wozniak)이 만든 회로를 아타리(Atari)사에 팔아 5000달러를 받은 후 700달러만 받았다고 속여 정작 워즈니악에겐 350달러만 준 것을 본받으라는 말인가? 아니면 여자친구 브랜낸(Chris-Ann Brennan)과 사이에서 낳은 자신의 딸이 친자가 아니라며 법정 소송까지 벌인 걸 모방하란 말인가? 인생이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며 사는 게 정답이라 말하면서도 막상 애플사 직원은 잡스의 명령이 아닌 자신의 의견대로 행동하는 순간 쫓아낸 이중인격적 철학을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본받아야 할까?

    뇌에는 FFA라는 얼굴을 인식하는 특별 영역이 존재한다.
    뇌에는 FFA라는 얼굴을 인식하는 특별 영역이 존재한다.
    이 세상에 물론 완벽한 인간은 없다. 모든 인간에겐 밝은 만큼 어두운 면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혁신을 리드하고 뛰어난 업적을 남기며 동시에 인간적으로 완벽하기란 더욱더 불가능하다. 세종대왕, 로마황제였던 철학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 그리고 첫 다문화 제국을 완성하여 수많은 민족을 해방시킨 아케메니드 페르시아 왕조의 키루스 2세(Cyrus the Great). 그들에게도 분명히 역사가 남기지 않은 어두운 면이 많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완벽한 영웅적 인물은 존재하지 않으며, 기대해서도 안 된다. 사회와 기업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완벽하지 않은 인물들도 최대의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구조적 혁신 시스템인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뇌에는 얼굴과 인물을 인식하는 특정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풀어야 할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무엇' 또는 '어떤' 구조적 해결책보다 본능적으로 '누구'라는 인물을 찾으려 한다.

    우리가 닮아야 할 것은 '잡스'라는 현실에 존재하지도 않던 '가상 영웅'이 아니다. 우리가 닮아야 할 것은 잡스같이 수많은 허점과 단점을 가진 이도 자신의 특성과 창의성을 표현할 수 있었던 사회, 경제, 그리고 문화적 구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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