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미래] "문화를 만들면 세상도 달라진다… 헬싱키에서 느꼈죠"

입력 2013.10.22 03:05

선진국에서 배우는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청소년 공연사업단 제이컴퍼니 사회적기업 혁신 탐방 돕는 씨커스 지원해 핀란드 등 견학
50년간 제조공장이던 건물은 청소년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문화예술센터로 정부가 지원
그래피티 아트·악기 연주 등 전문 아티스트가 직접 교육
버려져 있던 공장 지대도 갤러리·카페로 환골탈태
"청소년 우범지대인 폐공간 예술공간 만들 아이디어 얻어"

10월 1일, 청소년 공연문화사업단 '제이컴퍼니(J.Company)'의 꿈을 찾는 도전이 핀란드 헬싱키에서 시작됐다. 2006년 청소년 공연단체로 출발한 제이컴퍼니는 인천 지역 초중고 학생들과 함께 연극·축제·콘서트 등을 기획하고, 문화예술 직업학교·진로 상담·청소년 동아리를 인큐베이팅하는 단체다. "한국의 청년과 청소년이 문화예술 콘텐츠를 통해 함께 소통하는 장(場)을 만들고 싶었어요. 선진 사례를 직접 보고, 느끼고, 배우는 기회가 필요했습니다." 정윤호(27) 제이컴퍼니 대표가 '씨커스(SEEKER:S)'에 지원한 동기를 설명했다. '씨커스'는 사단법인 씨즈가 진로 고민과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청년들에게 국내외 사회적기업의 혁신 사례 탐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한화생명이 후원하고 있다. 제이컴퍼니는 10박 11일 동안 핀란드, 네덜란드, 벨기에 등 선진국의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사례를 배우고 돌아왔다.

1 버려진 공장 지대였던 핀란드 칼라사타마(Kalasatama) 지역에 예술가들의 손길이 닿은 2008년 이후 젊은이들이 몰려오고 있다. 제이컴퍼니가 그래피티 아트로 꾸며진 벽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2 언론사 지면에 게재된 하피센터 청소년들의 기사가 진열돼있다. 3 하피센터 외부 전경
1 버려진 공장 지대였던 핀란드 칼라사타마(Kalasatama) 지역에 예술가들의 손길이 닿은 2008년 이후 젊은이들이 몰려오고 있다. 제이컴퍼니가 그래피티 아트로 꾸며진 벽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2 언론사 지면에 게재된 하피센터 청소년들의 기사가 진열돼있다. 3 하피센터 외부 전경
◇헬싱키 청소년들의 꿈이 자라는 문화 아지트, '하피센터'

3500평에 달하는 건물은 늦은 저녁까지 청소년들의 발길로 들썩였다. 일렉트릭 기타와 드럼이 빚어낸 리듬을 따라 2층 복도에 들어섰다. 빨간 벽에는 유명 아티스트들의 음반이 진열돼있었다. "하피센터(Happi Center)에서 음악을 시작한 학생이에요. 당시 학교 부적응 문제로 센터에 오게 됐는데, 지금은 핀란드 최고의 인기 가수가 됐죠." 하피센터 총 디렉터인 토미(Tommi)씨가 미카엘 가브리엘(Mikael Gabriel)의 1집 앨범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피센터는 2009년 설립된 핀란드 최고 규모의 청소년 문화예술센터다. 50년간 제조 공장이었던 건물은 최첨단 녹음·영상 촬영 장비, 극장 및 공연장까지 갖춘 청소년 센터로 탈바꿈했다. 헬싱키 문화교육부와 유럽연합(EU)이 핀란드 청소년들의 미래를 위해 약 15억원을 지원한 덕분이었다. 13~29세 청소년이라면 하피센터의 모든 시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노래, 악기 연주, 작·편곡, 녹음, 엔지니어링, 연극, 그래피티 아트(Grafity Art·벽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까지 전문 아티스트들이 직접 교육한다. 비용은 전부 무료다. 하루에 150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이곳에 모여드는 이유다. 토미씨는 "유니버설 등 유명 음반사, 기획사 관계자들이 소질 있는 청소년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하피센터를 정기적으로 방문한다"면서 "가브리엘뿐만 아니라 하피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청소년들 상당수가 현재 전문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피센터에서는 연령별 진로 체험 워크숍, 문화 축제, 힙합 공연, 유명인 초청 강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모두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 진행한다. 매년 임명되는 청소년소위원회는 정부 관계자·정치인·비영리단체 실무자 등과 함께 하피센터 운영 방안을 논의하고, 청소년 문화예술 매거진도 출판하고 있다. 토미씨는 "매년 운영비로만 26억원이 필요한데, 정부·재단·청소년 단체·도서관 등이 핀란드 청소년의 미래를 위해 비용을 지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을 살리는 문화예술의 힘…청년의 고민에서 시작된다

"인천 제물포 시장에 공터가 하나 있어요. 언젠가부터 중고등학생들이 밤마다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패싸움을 하는 장소가 돼버렸습니다. 청소년 우범 지대가 돼버린 폐공간을 청소년들이 숨쉬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서 씨커스 해외 탐방을 지원했는데, 한국에 돌아가면 당장 시도해보고 싶은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습니다."

헬싱키 시내에서 1시간 떨어진 칼라사타마(Kalasatama) 지역을 둘러보던 정윤호 대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칼라사타마 지역은 핀란드 주민들에게 외면받는 땅이었다. 1994년 천연가스 생산이 중단된 이후로 버려진 공장들이 흉물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 그러나 2008년 이후 젊은이들의 발길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건축가, 사진작가, 화가 등 핀란드 아티스트들 덕분이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은 공장 지대로 들어오는 기둥과 벽에 알록달록 그림을 그렸다. 건축가들은 버려진 컨테이너 내부를 개조해 카페를 운영했고, 도시 농부들은 부둣가 주변에 텃밭을 가꿨다. 핀란드 주민들은 '디자인 명소'로 자리 잡은 칼라사타마 지역에 거주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제이컴퍼니 역시 오래전부터 폐공간을 활용한 문화 콘텐츠에 관심이 높았다. 정 대표는 1999년 50여명의 청소년의 목숨을 앗아간 인천 인현동 화재 사건을 계기로 청소년 공연단체를 만들었다. 인천 청소년들의 트라우마를 문화예술로 치료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제이컴퍼니의 첫 공연도 인현동 화재의 불씨가 됐던 지하 소극장에서 열었다.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2007년 말부터 100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제이컴퍼니로 몰려들었다. 제이컴퍼니의 멘토링 및 컨설팅을 받고 함께 공연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정 대표는 "11월엔 전국의 청소년들에게 제이컴퍼니가 다녀온 해외 탐방 사례를 공유하는 축제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사단법인 씨즈는 씨커스에 선정된 단체들이 지역을 돌면서 해외 혁신 사례를 소개하는 '로컬 임팩트(Local Impact)'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캠프를 통해 청년 사회적기업 등 단체들이 네트워킹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최예지 씨즈 청년지원팀 매니저는 "씨커스 프로그램이 한국 사회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청년 혁신가들에게 더욱 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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