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국산 경공격기인 FA-50을 필리핀에 판매할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중국 정부가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것은 남중국해 난사(南沙)군도를 둘러싼 필리핀과의 영유권 분쟁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 FA-50 협상 초기부터 민감 반응"
우리 정부는 중국 측이 FA-50 판매에 반대한다는 뜻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는 일본 요미우리신문 보도를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비공식 언급은 다르다. 정부 소식통은 "FA-50 수출 건과 관련해 한국과 필리핀 언론의 보도가 나올 때마다 중국 본국에서 주한(駐韓)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필리핀과 FA-50 수출 실무 협상을 진행 중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이 같은 점을 의식해 적극적인 홍보를 자제하고 경공격기라는 표현 대신 훈련기인 T-50 수출을 추진 중이라고 밝혀왔다. 정부 관계자는 그러나 "중국이 우리 방산 수출까지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내정간섭에 해당할 수 있다"며 FA-50 수출 협상은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필리핀, 난사군도 영유권 분쟁
중국은 남중국해의 난사군도(南沙群島)와 관련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난사군도는 중국과 대만, 베트남, 필리핀 등이 분할 점령하고 있는 50여개 섬과 암초로 구성돼 있다.
중국은 신형 미사일 호위함을 추가로 남중국해에 배치하는 등 이 지역에 대한 해양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필리핀은 이에 맞서 작년 말 난사군도 주둔 병력을 여단급으로 확대했으며, 난사군도 방어를 위한 사령부도 별도로 설치했다. 필리핀 정부는 최근 해·공군 기지를 남중국해 인접 도시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필리핀의 FA-50 도입도 난사군도 전력 증강 계획의 일환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FA-50은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개조한 경공격기다. 주로 대공(對空)·대지(對地) 공격 임무를 맡지만 개조하면 대함(對艦)미사일도 장착이 가능하다. FA-50에 대함미사일을 장착하면 난사군도 분쟁 시 중국 함정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은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필리핀은 6억5000만달러 규모의 호위함도 한국산 도입을 검토 중이다. 유사시 우리가 만든 전투기나 함정이 필리핀 국기를 달고 중국 전투기나 함정과 일전(一戰)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도네시아·베트남과도 방산협력
중국은 필리핀 외에도 인도네시아, 베트남과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데 이 국가들은 우리나라가 이미 방산 수출을 했거나 방산 협력을 진행 중이다. 인도네시아에는 2011년 5월 T-50 16대를 4억달러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그해 10월 1200t급 잠수함 3척 수출 계약도 맺는 등 동남아 최대 방산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베트남은 작년 3월 제1차 국방전략대화 이후 양국 간 국방·방산 협력이 확대되는 추세다. 박근혜 대통령은 3개 국가의 영문 이름 첫 글자를 따 'VIP(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라고 밝히며 이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는데, 특히 방산 분야 협력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20일 김규현 외교부 차관이 주재한 한·페루 고위정책협의회에서 방위 산업 수출 등 교류 협력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되는 등, 박근혜 정부에서 방산 수출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