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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ㆍ보건

일부 한의원, 교통사고 환자에 '묻지마 처방'… 보험료 인상 부추겨

  • 사회부=김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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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부=이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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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10.18 03:11 | 수정 : 2013.10.18 08:59

    [드러눕고 보는 대한민국] [4] 나이롱환자 몰리는 한의원

    -치료비, 洋方 2배에 가까워
    한의원, 입원만 하면 藥 줘… 하루 치료비 4만6700원 들어, 정형외과는 2만8700원
    -제대로 치료도 안 해
    "허리 아프다" 한마디 하자 의사 보기도 전에 입원 결정

    "원래 (허리가) 아팠다는 말은 하면 안 돼요. 보험회사 직원들이 오면 사고 때문에 아프다고 해야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어요."

    지난 8월 15일 오후 경기도 부천의 한 한의원. 원무과에서 접수를 마치자 30대 초반 사무장이 기자를 '상담실'로 안내하고는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줬다. 앞서 "어떻게 아파서 왔느냐"는 질문에 "원래 허리가 좀 아팠는데 길을 건너다 오른쪽에서 나타난 차에 치여 허리가 더 아프고, 엉덩이도 아프다"고 말했던 터였다.

    꾀병을 부리는 교통사고 환자, 즉 '나이롱환자' 행세를 하기엔 한의원이 훨씬 편했다. 이 사무장은 "환자가 아프다면 아픈 거니까 입원 수속을 밟겠다"면서 "(수속이) 끝나면 의사 선생님이 진료를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 진료도 받지 않고 입원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분쯤 뒤 진료실로 한의사가 들어와 "원래 교통사고는 나중에 더 아픈 곳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5~6초간 목도 돌려보고 등도 굽혀보게 한 후 "목, 등도 아픈 것 같으니 같이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말했다.

    아픈 건지 안 아픈 건지… - 17일 오후 경기 부천시의 한 한의원 앞에 환자들이 서 있다. 이들은 병원 앞 노점에서 먹을 것을 사 먹은 뒤 다시 한의원으로 돌아왔다. /이진한 기자
    교통사고 환자가 한의원(한방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말란 법은 없지만 최근 들어 한의원들이 교통사고 '나이롱환자'들의 새로운 '아지트'로 부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지가 국내 대형 보험사 2곳에 의뢰한 결과,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는 교통사고 환자가 빠르게 늘면서 전체 보험금 지급 건수에서 한의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각각 7.5%, 11.7%에서 작년 12.6%, 16.8%로 급증했다.

    한의원의 평균 치료비도 양방보다 비싸 자동차보험의 한방 진료비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다. B보험사는 작년 기준 양방병원 환자의 하루 평균 치료비가 약 2만8700원인 데 비해 한의원은 약 4만6700원으로 집계됐다.

    한의원에 입원하는 교통사고 환자가 크게 증가하는 것은 한의업계의 전반적인 불황과도 연관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의원을 찾는 환자들이 전보다 줄어들면서 일부 한의원이 그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자동차 사고 환자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본지 기자가 입원한 한의원은 5층 건물 중 2~4층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었다. 2층은 접수실과 물리치료실, 3층과 4층이 각각 여성과 남성 입원실이다. 입원실은 각각 3인실 5개로 구성돼 있다.

    이 한의원은 '나이롱환자'가 몰리는 정형외과들〈본지 15일자 A8면〉과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60㎡ 규모에 침대가 20여개 놓여 있는 2층 물리치료실로 가자 전기치료와 찜질을 해줬다. 한의사가 목과 발에 침을 놓아주는 것 정도가 달랐다. 물리치료를 받는 시간은 10분 정도였지만, 이틀간 입원해 두 차례 받은 물리치료 비용으로 5만5000원 정도가 청구됐다.

    물리치료 후 4층 병실로 올라가 환자복으로 갈아입었다. 병실에 들어온 지 10분도 안 돼 병원 직원이 '한방 첩약'을 한 박스 갖다줬다. "원래 약을 미리 달여놓느냐"고 묻자 "환자들이 많아서 빨리 약을 주기 위해 미리 달여놓고 창고에 보관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진맥은 물론 처방이 필요한지 파악하기 위한 문진도 없었지만 열흘치 첩약 비용으로 14만7200원이 청구됐다.

    
	본지 기자가 경기도 부천의 한 한의원에서 교통사고 환자를 가장하고 입원하자마자 받은 첩약(위 사진). 전체 교통사고 보험금 지급 건수에서 한의원(한방병원)이 차지하는 비율. 교통사고 환자 1일 평균 치료비 양·한방 비교.
    정체불명 한약 - 본지 기자가 경기도 부천의 한 한의원에서 교통사고 환자를 가장하고 입원하자마자 받은 첩약. 박스나 약봉지 어디에도 성분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지 않다.(위 사진) /조인원 기자
    3인 입원실을 50대 남성, 30대 초반 남성과 함께 썼다. 50대 남성은 퀵서비스를 하다 차와 부딪쳐 입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입원해서 쉬기는 한방병원이 편하다"며 "이번 기회에 푹 쉬겠다"고 말했다.

    30대 남성은 여자 친구로 보이는 여성 환자를 데리고 입원실에 들어왔다. 둘은 한 침대에 누워 낮잠을 자더니 저녁이 되자 "술이나 한잔하러 간다"며 옷을 갈아입고 병실을 나섰다. 이 남성은 다음 날 새벽 돌아왔는데, 술 냄새가 진동했다. 오후 6시쯤 야간 당직자라는 병원 직원이 올라와 "원칙적으로 외출을 못 하지만 나가야 될 일이 있으면 외출 대장에 자유롭게 적고 나가면 된다"며 "정형외과 가봐야 깁스나 하고 방치되는데 여기 오면 나쁜 피도 뽑고 좋은 한약도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말했다.

    복도에서 만난 옆 병실 환자 최모(30)씨는 입원한 지 1주일쯤 됐다고 했다. 그는 기자에게 "딱 봐도 그거(나이롱환자)구먼. 무조건 드러누워야 돼. 학생이면 무조건 버티면 되겠네"라고 말했다. 이튿날 오후 사무장을 찾아가 "가해자가 보험 처리하지 말고 합의하자고 한다"고 말했다.

    사무장은 "젊은 분이니까 반드시 편의점 같은 데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다고 하라"며 "며칠 더 버티면 합의금이 올라갈 테니 더 버텨 보라"고 말했다. 30분쯤 뒤 다시 사무장을 찾아가 "보험사 측에서 별로 아프지 않은 것 같은데 합의하는 게 어떻겠냐고 자꾸 전화가 온다"고 말하자 그는 "(보험사 측에) 지금 협박하는 거냐고 되받아쳐야 한다"고 '지도'해줬다. 끝내 퇴원하겠다고 하자 병원 측은 입원 첫날에 제공한 한약 열흘치 비용을 다 지불하는 조건으로 퇴원을 받아줬다.


    제보= fak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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