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反혐한 시위대, 그들의 정체를 알아보니..

입력 2013.10.07 11:43 | 수정 2013.10.07 11:47

혐한 시위대에 맞서 도쿄 도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반혐한 시위대
혐한 시위대에 맞서 도쿄 도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반혐한 시위대
“반일하는 한국인, 일본이 싫으면 일본을 떠나라.”

“바퀴벌레 같은 한국인들.”

“죽어라.”

일본 최대 한인타운이 자리 잡고 있는 도쿄 신주쿠 신오쿠보. 한 무리의 시위대가 한인 상점이 즐비한 이 거리 한복판에서 한국인에 대한 혐오를 여지 없이 드러낸다. 바로 재일 특권을 용서하지 않는 시민 모임, 이른바 ‘재특회’가 이끄는 혐한 시위대다.

이들은 사람이 붐비는 주말을 택해 한인타운의 좁은 거리를 백 명~수백 명 규모로 행진하며 거리의 한인들에게 한바탕 욕설을 퍼붓는다. 또한 한국과의 교류를 중단하고 일본 내 한국인들을 배척해야 한다고 외친다. 그런데 이들의 시위현장에 나타나 끊임없이 야유를 보내고 함께 욕설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혐한 시위를 방해, 견제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반(反)혐한 시위대’다.

보통 인종차별 반대 등 인권을 옹호하는 단체라 하면 얌전하게 현수막이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상상하기 쉽지만, 반혐한 시위대들은 이러한 상상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한국, 한국인에 대한 욕설에 욕설로 화답하고, 혐한 시위대를 향해 기꺼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너희는 쓰레기”라며 인신공격도 마다하지 않고 오히려 혐한 시위대보다도 더 과격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일본 내 다른 한국인 관련 인권단체들과도 성격이 딴판이다. 도대체 이들은 누구일까?

혐한 시위대를 반대하는 모임은 크게 둘로 나뉘어 있다. 과격한 활동을 벌이는 ‘레이시스트 시바키(인종차별주의자 척살) 부대’와 평화적인 활동을 벌이는 ‘플래카드 부대’다. ‘레이시스트 시바키 부대’는 그 이름처럼 과격한 활동을 벌이며 혐한 시위대에 대항하는 이들이다. 반대로 ‘플래카드 부대’는 시위현장에서 ‘친하게 지내요’ ‘인종차별 반대’ 등의 플래카드를 들며 혐한 시위에 평화적으로 대응한다. 이 둘의 성격은 전혀 다르지만 인종·민족 차별을 반대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왜 이들은 이 같은 활동을 벌이게 된 것일까? 일단 혐한 시위대의 만행이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는 수준이 됐다는 점이 이들이 행동에 나선 근본적 이유였다.

혐한 시위대가 한인거리 한복판에서 시위를 시작하게 된 것은, 지난해 8월에 있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상륙과 천황에 대한 사과 요구 발언 이후였다. “천황이 한국에 방문하려면 먼저 (과거사에 대해) 사과해야 할 것”이라는 이 전 대통령의 당시 발언은 일본의 우익세력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과 진보언론마저 분노하게 만들었다. 이 전 대통령이 그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일본의 상징적 존재인 천황을 욕보였다는 것.

당시 일본의 분노가 어느 정도였는가 하면, 진보 신문으로 일컬어지는 아사히신문이 ‘덴세이진고(天聲人語)’라는 100년 전통의 간이 사설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을 ‘퇴임이 임박한 정신병자’로 취급할 정도였다. 아사히신문이 일국의 대통령을 향해 이같이 과격한 언사를 보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일본 내 반감은 거셌다. 이후 일본 내에서 한류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생겨나 TV를 틀면 나왔던 한류 관련 방송 콘텐츠가 종적을 감추게 됐고, 일본 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게 늘었다.

◇ 한인거리 한복판에서 ‘간코쿠진 미나고로시(한국인 몰살)’를 외치며 시위

이 같은 분위기는 배외주의 단체 ‘재특회’의 활동에 날개를 달아줬다. 이들은 대담하게도 한인거리 한복판에서 ‘간코쿠진 미나고로시(한국인 몰살)’를 외치며 거의 격주 간격으로 시위를 벌였다. 시위만이라면 차라리 나았다. 이들은 올 초부터 시위 뒤 ‘산보(散步·산책)’라는 이름으로 삼삼오오 그룹을 지어 한인거리 골목을 돌며 직접적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다.

혐한 시위대가 한인거리 한복판에서 시위를 하는 것도 모자라, 각 상점 앞을 지나면서 상인들에게 “바퀴벌레들, 일본을 떠나라”며 위협을 가하고 영업을 방해했던 것이다. 특히 한인타운을 방문한 일본 여성들에게 “여기 있다가 (한국인들에게) 강간당한다” “일본의 수치들”이라며 머물지 말 것을 촉구했다. 사복·제복 경찰이 바로 옆에 따라다녔지만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일본 경찰들은 바로 앞에서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직접적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은 일반 일본인들이었다. 본래 한인타운의 이 같은 사정을 일반 일본인들은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신오쿠보 한인타운을 다니는 10대 K팝 팬들이 혐한 시위대에 분노해 행동에 나섰고, 이는 일반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플래카드 부대’를 주도하는 기노 도시키씨의 말에 의하면, 올해 1월 사쿠라이 마코토 재특회 회장의 트위터 계정에 10대 K팝 팬들의 혐한 시위 비판 및 항의 트윗이 빗발쳤고, 이는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혐한 시위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높아졌고, 혐한 시위 반대 모임에 참가 의향을 보이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를 계기로 혐한 시위를 반대하는 모임이 확장돼 올해 2월부터 혐한 시위 현장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레이시스트 시바키 부대를 주도하는 음악잡지 부편집장 출신의 노마 야스미치(野間易通)씨는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있다. “우리는 2010년부터 재특회 등 배외주의 단체에 반대하는 행동에 나섰지만, 도쿄에서는 인원 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모여도 수십 명에 불과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한편, 혐한 시위대는 지난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상륙 이후 기세를 더해 신오쿠보 한인거리에서 시위를 벌였고, 시위 뒤에는 거리 가게들에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클레임을 걸거나 통행인에게 시비를 걸며 폭력적으로 나왔다. 이를 어떻게든 해야겠다 싶어서 올해 1월 말 인터넷상에서 시바키 부대 참가자를 모집했다.”

처음에는 인원이 적었기 때문에 시위에 대한 직접 항의가 아닌, 이들의 ‘산보’ 행위를 막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시위 뒤 한인거리에 재진입하려는 혐한 시위대 참가자들을 막아서고 나섰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인원 수에서 크게 밀리기 때문에 뚫릴 법도 한데, 막는 과정에서 충돌이 벌어지자 수수방관하던 경찰들이 행동에 나서 이들을 갈라놓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혐한 시위대의 한인거리 진입이 무산됐다. 시바키 부대의 맞대응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경찰의 대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후 혐한 시위 반대 모임의 참가자 수가 수백 명 단위로 늘어, 지금과 같이 혐한 시위에 직접적으로 항의하는 형태를 띠게 되었다. 이제 혐한 시위 반대 모임의 참가자 수는 꾸준히 200~3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 이들 혐한 시위 반대자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었을까? 레이시스트 시바키 부대와 플래카드 부대는 주로 자신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와 트위터 계정 등 온라인상으로 참가자를 모집한다. 혐한 시위 현장에서 만난 시바키 부대의 한 멤버는 부인이 한국사람이라고 한다. “아내가 한국인이다. 혐한 문제는 아내의 안전 문제이기도 하다. 혐한 시위를 방치하다가 한국인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정착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서게 됐다.”

◇ 혐한 시위 반대파들이 한인타운 한인들에게 꼭 환영 받는 것은 아닌 이유는...

그 밖에도 반혐한 시위대의 적지 않은 수가 친한 친구 중에 한국인 뉴커머(New-Comer) 혹은 재일동포가 있다거나, 할머니가 재일동포였다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인과 얽혀 있었다. 이에 대해 ‘플래카드 부대’의 기노씨는 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혐한 시위 반대운동에는 10대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이들이 모인다. 어느 한 부류가 많이 모인다고 보기 힘들다”며 “한국인과 인연이 별로 없는 이들도 인종차별 시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참여하고 있다. 오히려 그런 분들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피해 당사자인 재일동포들의 참여는 어느 정도일까? 기노씨에 따르면, 한국인 뉴커머보다는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재일동포들이 참여하는 편이라고 한다.

“재일 한국인이 분명 있다. 짐작 가는 사람들이 십수명 되는데, 일본인인지 구별이 안 가는 데다 재일 한국인이냐고 매번 묻기도 그래서 확실한 수는 알기 어렵다. 분명한 건 오사카 지방 모임에서 재일 한국인의 참여가 많다는 점이다. 도쿄는 별로 없다.”

재특회 등 혐한 시위대들은 혐한 시위 반대 운동을 ‘재일 한국인의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재일 한국인의 선동에 일부 일본인이 놀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취재 결과, 재일 한국인의 참여는 일부에 불과했다. 재일 한국인들의 입장에서는 분노를 느끼더라도 함부로 행동에 나서기 어렵다. 혐한 시위 반대 운동을 벌여 충돌이라도 빚어질 경우, 재일 한국인들의 참여가 오히려 대다수 일본인에게 반감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란 나라에 사는 재일 한인들은 철저히 소수 약자의 입장일 수밖에 없다.

혐한 시위 반대파들이 한인타운의 한인들에게 환영을 받을 듯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혐한 시위를 몰아낸다는 의도에도 불구하고 혐한 시위 반대파에 대한 한인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그 과격성 때문이다. 지난 6월에는 재특회 회장을 비롯한 혐한 시위대 4명, 반혐한 시위대 4명이 폭행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신오쿠보 한인타운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는 한국인 김덕호씨는 반혐한 시위대에 대해 “고맙긴 하지만, 지나치게 과격하고 과민하다. 이러면 200명의 시위가 400명으로 늘어난 것과 다름없다. 거리가 아수라장이 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들 몫이다.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혐한 시위 반대파 가운데서도 ‘레이시스트 시바키 부대’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이었다. 실제 한인타운에서 상점을 낸 한국인 사장 가운데 시바키 부대의 존재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가 많다. 목적이야 어찌됐든,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상대방을 향해 소리 지르고 욕설을 내뱉는 등 “하는 짓(?)은 혐한 시위대와 다를 바 없다”는 게 신오쿠보 상점가 한국인들의 하나 같은 지적이다. 김덕호 사장은 “이러다가 한인타운이 좌우 이념의 격돌 장소 혹은 놀이터가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래서 “시바키 부대가 없는 편이 나았는지” 물으니 그건 아니라고 한다. 일본이 타지인 만큼 한인들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없었는데, 한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고 ‘산보’를 막아주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존재가 고맙다는 것이다. 다만 방법론에 있어서 좀 더 평화적인 방법도 있지 않냐는 아쉬움의 목소리에 가깝다고 김 사장은 말한다.

일본 사회에서도 시바키 부대의 과격함에 대해 의문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바키 부대를 주도하는 노마씨는 어떻게 생각할까. 노마씨는 “지금까지 품격 있는 좌파처럼 행동해 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우리들은 이런 배외주의를 결코 용서할 수 없습니다’라는 논리정연한 어조로는 아무리 맞는 말이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리 한복판에서 ‘조센진을 죽여라’ ‘때려 죽이자’라고 외치는 사람 앞에서 냉정한 게 더 이상하다. 오히려 ‘무슨 말이냐 멍청이들아’ 하고 외치는 게 정상이다.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직접 분노를 표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시바키 부대에 모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의는 우리 편에 있다”고 강조했다.

“시바키 부대의 행위도 혐한 시위대만큼이나 나쁘고, 결코 ‘선’이 아니다. 인종차별주의자와의 대결은 ‘악 대 악’의 구도라고까지 말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정의’는 의심의 여지가 없이 우리에게 있다.”

“선악은 상대적이지만, 정의 문제는 선악의 관점에서 상대화될 수 없다. 미국 정치철학자 존 롤스의 말과 같이, 정의를 ‘공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다수가 소수를 억압하는 민족차별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

이들은 혐한 시위를 저지하기 위해 악역을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재특회와 함께 사라져야 할 존재라는 악평을 듣고 있다. 이에 대해 노마씨는 그 말이 맞다고 맞장구친다.

“시바키 부대도 재특회도 ‘양쪽 다 사라져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실은 그 말 그대로다. 우리들의 목적은 조직의 유지가 아니라 그들의 증오 표현을 관두게 하는 것이다. 소동이 격화되어 양쪽 모두가 경찰에 진압되더라도 혐한 시위대의 가두 시위가 사라질 수만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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