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맛의 방주(사라질 위기에 처한 먹거리를 보존하려 만든 목록)'에 오른 돈차(엽전 모양으로 빚은 茶)·烏鷄(온몸이 검은 닭)… 한국 토종 먹거리의 재발견

입력 2013.10.02 03:07

슬로푸드 국제본부, 8가지 등재… 6일까지 남양주 대회에 전시
76國 1211종 음식 등재돼 있어

한국 전통 먹거리 8가지가 '맛의 방주(Ark of Taste)'에 승선했다. 맛의 방주는 이탈리아에 본부를 두고 150여 개국 10만여 회원이 활동하는 국제 비영리기구 '슬로푸드 국제본부'의 프로젝트다. 잊히고 멸종 위기에 처한 전 세계 각 지역의 토종 음식·종자(種子)를 찾아 목록을 만들고 관심과 소비를 이끌어내기 위한 사업이다.

슬로푸드 한국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슬로푸드문화원(위원장 김종덕 경남대 교수)이 후보로 올린 한국 토종 먹거리 5가지가 지난 8월 처음으로 등재됐고, 오는 3일 '태안 자염' '장흥 돈차' '제주 흑우' 등 3종이 추가 등재된다. 이 8가지 먹거리는 6일까지 열리는 '남양주 슬로푸드국제대회'에 전시된다. 맛의 방주에는 현재 마다가스카르 안다시베 붉은쌀, 과테말라 후에후에테난고 하이랜드 커피, 이탈리아 그라냐노 파스타 등 76개국 1211종의 음식이 등재돼 있다.

국제슬로푸드협회 '맛의 방주'에 승선한 한국 토종음식 8가지 사진

▶태안 자염 : 천일염보다 짠맛·쓴맛 덜해

자염(煮鹽)이란 가마솥에 끓여서 만든 소금이란 뜻이다. 천일염이 생산되기 전 한반도에서 전통적으로 소금을 생산하는 방식이었다. 갯벌의 흙을 갈아 햇볕에 말리면 염도가 높아진다. 이 흙을 갯벌 구덩이에 채운다. 바닷물이 들어왔을 때 이 흙을 통과하며 염도가 12~17도로 높아진다. 이걸 끓여 소금을 얻는다. 정제염이나 천일염보다 짠맛과 쓴맛이 덜하고 구수한 맛이 나며, 입자가 희고 곱다. 1950년대 생산이 중단됐다가, 최근 충남 태안 마금리와 전북 고창 사등마을에서 복원됐다.

▶장흥 돈차 : 해독·해열·변비예방 효과도

동글납작하고 가운데 구멍이 있어 엽전처럼 생겼다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전남 장흥 등 한반도 남해안에 자생하는 찻잎을 5월경 채취해 가마솥에 찌고 절구에 빻아 동그란 덩이차로 빚는다. 햇볕에 건조하고 구멍을 뚫는다. 6개월에서 길게는 20년까지도 숙성한다. 약한 불에 구운 뒤 물에 넣고 끓이거나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신다. 해독·해열·변비예방 등 효과가 있어 약으로도 마셨다.

▶제주 흑우 : 소고기 감칠맛 韓牛 중 으뜸

토종 한우의 일종이다. 온몸이 검은 털로 뒤덮였다. 황소(누렁소)만 빼고 칡소·흑우 등 토종 한우를 보기 어렵게 된 건 '일본 소는 검정소, 한국 소는 누렁소'라는 일제 축산 정책에 따라 황소를 제외한 나머지 품종은 대부분 도축됐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보존·증식 사업을 벌여 현재 1500여 두가 사육되고 있다. 쇠고기의 감칠맛을 내는 성분인 올레인산 함량이 다른 한우 품종보다도 높다고 밝혀지며 수요가 늘고 있다.

▶제주 푸른콩장 : 삶으면 달고 차진 맛

제주도에서만 자라는 토종 대두(大豆)인 푸른콩으로 담근 된장·간장·누룩장·막장 등 장류(醬類)가 맛의 방주에 등재됐다. 제주도에서는 푸른콩을 '장콩'이라고 불렀다. 장 담그기 가장 적당한 콩으로 본 것이다. 삶으면 다른 콩보다 단맛이 강하고 차지다.

▶진주 앉은뱅이밀 : 칼국수·수제비 맛 내는데 제격

키가 50~80㎝로 작아서 '땅밀' '난장이밀' 등으로 불리기도 했던 토종 밀이다. 1984년 정부 밀수매가 없어지며 국내 밀 생산이 급감하며 앉은뱅이밀도 멸종 위기를 맞았다. 경남 진주시 금곡면에서 어렵게 명맥을 이어오다가, 칼국수·수제비 등 한국 전통음식에 가장 어울리는 밀이라고 입소문이 나고 우리밀 빵집이 생겨나면서 소비가 늘고 있다.

▶울릉도 섬말나리 : 산채비빔밥 등 재료로 개발 중

울릉도 그늘진 숲 완만한 경사면에 널리 자생한 백합과 식물이다. 울릉도 사람들은 섬말나리 뿌리를 구황식물로 활용했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기도 했다. 1997년 산림청이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 37호로 지정했다. 울릉군은 섬말나리를 넣은 산채비빔밥 등 음식을 개발 중이다.

▶연산 오계 : "정력·원기회복에 좋다"

오계(烏鷄)는 뼈와 깃털, 피부(껍질), 살, 발톱, 부리, 눈까지 온통 검은빛이다. 오골계(烏骨鷄)는 뼈만 검거나 일부 부위만 검다는 점에서 오계와 다르다. 고려 말 신돈은 오계와 백마(白馬)를 먹고 정력을 보충했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 숙종이 중병을 앓다 오계를 먹고 건강을 회복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야생성이 강해 사육이 어렵다. 충남 논산 연산면 지산농원에서 명맥을 이어 오고 있다.

▶울릉도 칡소 : 얼룩빼기 토종 한우 복원 사업

동요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에도 나오는 토종 한우. 정지용의 시 '향수'에 등장하는 '얼룩빼기 황소'도 이 칡소다. 검은 무늬와 누런 무늬가 번갈아 나타난다. 한우와 젖소의 교잡종이란 오해로 천대받기도 했다. 울릉군이 복원·사육 사업을 벌이고 있다.

☞ 맛의 방주(Ark of Taste)

'슬로푸드 국제본부'가 전통 생산 방식을 복원해 안전한 먹거리와 다양한 맛을 되살리기 위해 추진하는 중점 사업이다. 각국 위원회가 추천하는 전통 먹거리를 후보 목록에 올린 뒤 20일간 공개 검증을 거쳐 맛의 방주 목록에 공식 등재한다. 등재된 먹거리 중 일부는 '프레시디아(Presidia)'로 다시 지정해 재정·기술 지원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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