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낙서만도 못한 트윗 한 줄

입력 2013.10.02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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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영 주말뉴스부 기자

지난 주말 친구가 전화를 걸어 "공지영 작가 트위터 좀 보라"고 했다. 중국 작가 위화(余華)와의 인터뷰 기사<본지 9월 28일자 B1·2면>가 나간 후여서 관련한 의견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트윗을 확인하고는 놀랐다. 내용은 이랬다. 〈작가 위화 팔로워 1430만인 중국 트윗에 어제올린글 "이번소설은 죽은자가 이야기를 하는건데 어떻게 죽은 다음에 이야기를 합니까? 한국기자가 물었다 난 흠 그건 어떻게 그런지 제가 죽은 다음에나대답가능하네요"무려 조선일보 기자라신다.〉(공씨가 올린 트윗을 맞춤법과 상관없이 그대로 인용)

본지에서 최근 위화를 만난 다른 사람은 없다. 나를 가리키는 모양이었다. 질문이 적절한지를 떠나서, 나는 공씨가 언급한 질문 비슷한 말도 한 적이 없었다. 나는 위화 측 관계자에 연락해 비슷한 질문을 다른 매체 사람이 했음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별일 다 있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저녁에 트위터를 다시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공씨의 트윗은 '인기 트윗'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이 글에 달린 댓글에 나는 '문학에 대한 최소한의 교양도 없는 사람'에, '싸가지 없던 학생이 자라서 기자가 된' 자가 되어 있었다. '의료나 과학 쪽 담당 기자가 땜빵으로' 취재를 하다가 이런 일이 생겼다는 분석도 보였다. '무려 조선일보 기자라신다'는 한 줄에 트윗 세상은 거짓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사실이 아니라는 트윗을 올려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나의 팔로어가 8명임을 확인하고는 포기했다. 공씨의 팔로어는 63만명이 넘는다. 대신 월요일 오전 공씨의 메일을 수소문해 관련 트윗이 사실이 아니라는 편지를 보냈다. 그로부터 두 시간쯤 지나 공씨는 다시 트윗을 올렸다. 〈일전 죽국 작가 위화와의 만남에서 "죽은 사람이 어떻게 말을 하냐 했던 것은 조선 일보 기자가 아니었습니다… 조선문학담당기자에게 다시한번 사과드립니다.〉

'죽국'은 '중국'의 오기이고 나는 문학담당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시시콜콜한 사항까지 따질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 사과 트윗에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나의 교양과 학벌을 캐묻던 이들도 어디론가 이미 사라졌다.

처칠은 "진실이 바지를 채 입기도 전에 거짓은 지구를 반 바퀴 돈다"고 했다. 지난달 중국의 한 대학이 가입자 2억명이 넘는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오가는 글을 분석한 결과 분노와 관련한 글이 퍼지는 속도는 기쁨에 관한 글보다 훨씬 빨랐다. 미국 과학 잡지 파퓰러사이언스는 지난달 말 온라인 댓글을 차단한다면서 이런 성명을 냈다. '통제 안 되는 소수의 의견이 독자의 인식을 바꿀 만한 영향력을 지닌다. 이런 의견들이 여론을 만들어내고 여론은 정책을 바꾼다.'

공씨가 좋아한다는 위화는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더 멀리 전달된다'고 했다. 빛의 속도로 글이 전파되는 세상에서 그 '목소리'가 사실만을 담기를 바란다면 순박한 것일까. 그렇다면 사실에서 거짓을 골라내는 일은 누구의 몫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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