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52] 우리는 디지털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 뇌과학
입력 2013.10.01 03:02

김대식 KAIST 교수· 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 뇌과학
우리는 분명히 초인류적 스케일의 커다란 변화를 경험하는 '대단한 시대(Great Age)'에 살고 있다. 물론 대단하다고 다 좋다는 것은 아니다. 좋든 싫든 그 누구도 앞으로 올 변화를 피해갈 수 없을 거란 이야기다. 마치 거대한 태풍이 오듯 말이다. 우리가 겪어야 할 거대한 시대적 태풍이란 무엇일까? 바로 디지털 세상이다.

매일 수천만 명이 사용하는 휴대폰·카카오톡·내비게이션…. 이들은 앞으로 우리가 겪어야 할 '디지털 태풍'이라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세상의 결정적 특징은 무엇인가? 바로 시간이라는 함수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옆방에 있는 사람은 5분 안에 만날 수 있지만, 유럽에 있는 사람을 만나려면 적어도 하루 정도의 여행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연결된 디지털 세상에선 시간과 공간은 더 이상 상호관계가 없는 독립적 변수들이 되어버렸다. '유통'이라는 함수도 비슷하다. 단 1명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아무 추가 비용 없이 100만명에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모든 '디지털'화된 정보는 원본과 복사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지 이제 겨우 5년 정도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이 가능하고 온 세상 정보를 손바닥 안에서 보며 자라는 세대를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이라고 부른다. 그런가 하면 아날로그 세상에서 성장했지만 미래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할 우리 대부분은 '디지털 이주자(Digital Immigrant)'다. 그렇다면 지금 자라고 있는 디지털 원주민들이 성인이 된 디지털 헤게모니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신문·학교·직장·공장·자동차·가족·군대·정부…. 모두 근본적으로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렸을 것이다. 정확하게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미래 디지털 세상은 어차피 디지털 원주민들이 정의하고 만들어나가야 할 테니.

2009년과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 장면
2009년과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 장면을 비교해 봐도 우리가 디지털 세상으로 급속하게 변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국 BBC TV가 1930년도 방송을 시작할 때 가장 고민거리는 TV라는 새로운 매체로 도대체 무얼 해야 하는지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초기 BBC는 TV 방송으로 '창문 청소하는 방법' '꽃에 물 주기' 등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성인이 되어 미국으로 이민 간 대부분 한국인은 한국 음식을 먹으며, 한국 TV를 보고, 한국 교회에 나간다. 하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2세들은 그곳 원주민이다. 역사적 뿌리를 잊는 것도 곤란하지만, 그들이 미래에 살아남아야 할 사회의 규칙과 철학을 배우는 것 역시 중요하다. 밀려오는 디지털 세상의 변화는 그 누구도 막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 디지털 이주자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대한민국의 미래 세대가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더 멋지고 의미 있는 디지털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 세상 최고의 사회적 원칙과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