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선의 태평로] 미국의 시리아 사태 대처법을 보며…

    입력 : 2013.09.27 03:18

    강인선 국제부장
    강인선 국제부장
    시리아는 우리나라와 멀어도 한참 먼 나라다. 외교 관계를 맺은 적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은 북한의 오랜 친구였다. 수십년 독재자가 대를 이어 집권해온 북한과 시리아는 쌍둥이처럼 자국민을 억압하고 핵과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면서 고립을 자초하는 길을 걸어왔다.

    사정이 이러니 시리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해도 우리에겐 강 건너 불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해 1400명이 사망하자 미국이 군사개입을 결정했다가 다시 이를 유보하는 과정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안고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리아는 지난 2년여 동안 국제 뉴스의 중심에 있었다. 장기 독재에 반기를 든 아랍 민주화 바람과 이슬람 종파 간의 해묵은 갈등이 뒤섞이면서 시리아 사태가 격화되자, 터키·레바논·이란·이스라엘 등도 조금씩 시리아 사태에 발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시리아 사태는 당장에라도 중동을 뒤흔드는 국제분쟁으로 폭발할 것 같았다.

    갑작스러운 반전이 이뤄진 계기는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이었다. 시리아 사태는 '내전'에서 '대량살상무기 문제'로 바뀌었다. 시리아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는데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시리아 문제에 접근하는 시각이 바뀐 것이다. 바꿔 말하면 미국이 비로소 시리아 사태를 '내 문제'로 보게 된 것이다. 대량살상무기 확산은 테러와 전쟁을 벌여온 미국이 극도로 신경 쓰는 안보 위협이다.

    2년 반 동안 시리아에서 10만명이 죽어갈 때도 꿈쩍 않던 미국은 비로소 공습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시리아의 오랜 우방인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끼어들었다. 러시아는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국제사회의 통제하에 두고 단계적으로 폐기하게 하자"는 안을 내놨고 시리아도 동의했다. 이런 식으로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국제사회는 이 외교적 방안에 반색했다. 미국은 안 그래도 자신 없었던 공습 카드를 슬그머니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미국의 일부 정치인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알아사드를 응징하지 않는 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반발했지만 외교적 방안 우선 원칙을 뒤집진 못했다.

    애당초 미국은 시리아에 개입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었다. 시리아 내전이 아랍 민주화 연장선상에 있다고는 하나, '정부군 대(對) 반군'이 반드시 독재자와 민주화 세력의 대결 구도라고 하긴 어렵다. 게다가 반군 중엔 알카에다 연계세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잘못하다간 알카에다를 도와주게 생긴 상황에 미국이 끼어들고 싶지 않은 건 일견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시리아 내전은 어느샌가 '화학무기 폐기 문제'로 변신해 유엔으로 넘어갔다. 국제사회의 리더들은 더 이상 시리아 내전에서 사망한 10만명과 국내외로 흩어진 난민 200만명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대신 유엔이 화학무기 폐기 이행 결의안을 만들고 있으니 잘될 것이란 낙관론을 펴고 있다. 시리아 화학무기 문제가 해결되면 시리아 내전은 저절로 해결되기라도 할 것 같은 착각을 준다. 이것이 미국과 서방의 시리아 사태 대처법이다.

    핵·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가진 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가슴 답답한 일이다. 북핵문제를 다룰 때도 미국이 핵 폐기보다는 핵확산 방지에만 관심을 갖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계속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시리아를 비교할 순 없다. 그럼에도 시리아에서 본 미국의 대량살상무기 대처법이 북핵문제에선 다를 것이란 확신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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