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한자와 나오키’의 한 장면. 주인공 한자와(오른쪽)가 상사인 지점장의 멱살을 잡고 있다.

일본에서 TV 드라마 인기가 기업 마케팅에 확산되고, 드라마 내용을 사회 현상과 결부시킨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등 이례적인 '드라마 열풍'이 불고 있다. 은행원인 주인공 이름을 제목으로 내건 TBS방송 일요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半沢直樹)' 얘기다.

지난 22일 방영된 최종회(10회) 시청률은 42.2%를 기록했다. 초기 방영분 무대인 간사이(關西) 지역에서는 평균 시청률 45.5%, 순간 시청률은 50.4%까지 나왔다. 1980년 이후 역대 최고 시청률이라고 한다. 지난 7월 7일 첫회 19.4%로 시작한 시청률은 드라마가 진행할수록 계속 뛰어오르는 기세를 보였다.

드라마는 도쿄중앙은행 차장(방영 중 과장에서 승진)인 주인공 한자와 나오키가 불법 대출 등 불의를 저지르는 은행 상사에 항거해 '정의'를 실현한다는 내용. 대출 손실 잘못을 자신에게 덮어씌우려던 지점장을 낙마시키고, 과거 대출 장난으로 아버지를 자살하게 한 은행 상무에게 복수한다는 줄거리다. 주인공의 대사 "당하면 되갚아준다. 바이가에시(倍返し·배로 갚음)다"라는 말은 올해 일본 최대 유행어가 됐다. 주인공 한자와는 회가 거듭하면서 "10배로 갚아준다" "100배로 갚아준다"며 복수의 강도를 높인다.

'한자와 열풍'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부하로서 상사한테 당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권모술수를 일삼는 상사에 대항해 자신도 협박과 편법을 불사하면서 끝내 상사를 굴복시키는 주인공의 모습에 평범한 샐러리맨들이 대리 만족을 느꼈다는 분석이 있다.

상명하복의 기업 문화와 상대에 대한 배려를 미덕으로 하던 일본 사회가 버블경제 이후 장기 경기 침체와 대지진 등 고통을 겪으면서 상대에게 분노를 터뜨리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징후로 보는 해석도 있다.

드라마 인기는 경제 효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여행사 HIS는 고객에게 주는 기존 '1000엔 쿠폰'을 추첨을 통해 2배 또는 10배로 늘려주는 '바이가에시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는 상대팀을 2배 차이 점수로 이길 경우 팬들에게 소속 선수와 사진 찍기 등 혜택을 주는 '바이가에시 티켓' 판매를 시작했다. 오사카에는 한자와의 명함을 끼워주는 '바이가에시 만두'도 등장했다. 드라마 원작 소설은 방송 이후 100만부가 넘게 팔렸다. 드라마를 방영한 TBS는 영화와 속편 제작을 검토 중이라고 닛케이산교(日經産業)신문이 25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