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은 마치 사원(寺院) 같다. 가로 172㎝, 세로 118㎝의 나무 테이블 위에 신상(神像) 70여점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불상, 보살상, 예수 그리스도, 힌두교에서 신으로 섬기는 동물과 나무…. 자그마한 만신전(萬神殿) 같은 이 테이블은 인도 여성 작가 바티 커(Kher·44)의 작품 '풀 먹는 사자, 미끈거리는 물고기'(2013·사진)다. 종교적인 소재를 사용했지만 작품의 의미는 '종교적 맹신(盲信)에 대한 경계'다. 작가는 말한다. "우리가 신(神)이라 여겨 숭배했던 것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직시해 보자. 각종 군상들로 가득 찬 바다 같은 인간 세상과 같지 않나."
바티 커 개인전 'Anomalies(기형)'가 다음 달 5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인도계 이민자의 딸로 런던에서 태어나 자란 바티 커는 현재 뉴델리에 살며 '가장 뜨거운 인도 작가'로 대접받고 있다. 최근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그의 대표작 '빈디 페인팅' 연작 중 한 점을 구입했다. '빈디(bindi)'는 힌두교 여성들이 이마 중앙에 붙이는 점. '제3의 눈'으로 불리기도 한다. 캔버스에 빈디를 붙여 원, 사각형 등 기하학적 형태를 만드는 작가는 "반복적으로 빈디를 붙일 때 생성되는 무늬가 연금술처럼 새로운 무늬를 만들어내는 게 흥미롭다"고 했다.
'여성 작가'로 규정되는 걸 거부하지만 작품은 대개 '여성의 힘'을 주제로 한다. 사리를 걸친 근육질의 여신 조각 '구름 위를 걷는 사람'(2013)도 이번 전시에 나왔다. 인도 국민작가 수보다 굽타(49)가 그녀의 남편이다. (02)735-8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