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초등학교 4학년생이 중학교에 진학하는 2016년 3월부터 전국 중학교에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된다. 자유학기제란 중학교 교육과정 중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진로 탐색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할 수 있게끔 교육 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 이에 따라 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진로교육에 대한 관심도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직장에 다니는 부모가 진로교육에 나서기란 쉽지 않은 일. 이럴 때 분야별 비문학 독서를 통해 손쉽게 진로교육에 접근해 보면 어떨까?
◇독서 통해 컴퓨터 프로그래머 꿈 이어가
이정준(서울 대신중 2년·사진 왼쪽)군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라는 뚜렷한 꿈을 가졌다. 내년엔 IT특성화고인 선린인터넷고에 우선 지원할 계획이다. 그가 이런 꿈을 가진 건 4년 전인 초등학교 5학년 때. 인터넷에서 파워포인트를 활용해 게임 만드는 법을 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플래시 프로그램 등 컴퓨터 관련 지식을 독학으로 익혔고, 올해부턴 중부교육청 영재교육원(정보영재 부문)에서 수학 중이다.
이군이 지금까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대한 관심을 이어온 덴 '독서'의 영향이 컸다. 초등 5학년 때부터 플래시·안드로이드·C언어·비주얼베이직 등 관련 내용을 담은 서적을 꾸준히 읽으며 공부해 온 것. 여기에 엄마 김현숙(38·서울 종로구)씨의 권유로 읽은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서적도 적잖은 도움이 됐다. 특히 컴퓨터나 과학 분야는 기술의 발달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최근 동향을 파악 수 있게끔 과학 잡지를 꾸준히 읽었다.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수학자가 들려주는 수학 이야기'(이상 자음과모음) 등의 수학·과학 도서로 컴퓨터 분야의 기초 지식을 쌓았다.
특히 독서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갖춰야 할 기본 자질을 키우는 데도 도움을 줬다. "현직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찾아가 프로그래머에게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를 물었어요. 기술도 중요하지만, 어릴 땐 △어떤 일이든 집중해서 꼼꼼히 처리하는 습관 △사회 흐름을 읽는 능력 △사람을 대하는 능력 등이 더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등의 고전을 비롯해 인문학 서적까지 두루 읽혔습니다. 특히 '소리 내어 읽기'를 시켰더니 정확하고 꼼꼼하게 읽는 습관까지 갖게 되더라고요." (김현숙)
◇비문학 독서로 꿈 구체화할 수 있게 도와야
독서를 통한 진로 탐색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구체적인 직업 혹은 멘토가 될 만한 인물을 통해 '꿈'을 정하는 단계이다. 최근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직업 관련 책을 읽거나, 존경할 만한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관심 분야를 찾는 식이다. 이때 존경할 만한 인물은 먼 과거의 사람보다는 현재 살아있는 사람을 멘토로 삼는 게 더 효과적이다. 오서경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연구실장은 "부모가 졸업한 대학이나 학과 정보를 중심으로 진로 탐색을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관심 분야나 직업을 정했다면, 비문학 도서를 통해 해당 분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는 게 좋다. "아이들은 보통 '과학자가 되겠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꿈을 가져요. 그럴 때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등 과학 전반을 두루 다루거나 우주과학·해양과학 등 과학을 더 세분화한 책을 읽혀보세요. 이를 통해 요즘 과학 분야의 경향을 짚어보고 자신은 장차 어떤 분야를 연구해야 할지 생각하며 꿈을 구체화할 수 있거든요."
오 실장은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부모는 여전히 옛날 지식만을 가지고 아이들의 진로지도를 하고 있다"며 "최근 출간되는 다양한 비문학 도서를 함께 읽으면서 사회 동향을 살피고, 새로운 기술이나 직업을 반영한 진로 지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