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오브 더 트렌치 서울… 트렌치코트, 서울을 걸치다… 이들과 함께

조선일보
  • 송혜진 기자
    입력 2013.09.23 03:03

    "트렌치코트는 패션 역사 속 오래된 유산(遺産)이다. 우린 인류가 오랫동안 입어온 그 옷에 개인의 기억을 심고, 나누고, 키우고 싶었다."

    버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토퍼 베일리(Bailey·42)가 프로젝트 '아트 오브 더 트렌치(Art of the trench)'를 시작하면서 들려준 말이다. 베일리가 지휘한 이 프로젝트는 우리가 옷을 어떻게 입고 소비하며 또 기억하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경복궁에서 촬영한 모델 이유, 북촌에서 사진을 찍은 배우 유아인.
    (왼쪽부터)경복궁에서 촬영한 모델 이유, 북촌에서 사진을 찍은 배우 유아인./버버리 제공
    옷의 완성, 옷의 기억, 옷의 이야기

    '아트 오브 더 트렌치'는 전 세계 수천 명이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트렌치코트를 입는 방법을 풀어낸다. 웹페이지(artofthetrench.com)에 접속하면 트렌치코트를 입은 사람의 사진이 셀 수 없이 많이 뜬다. 그 사진 한 장 한 장을 클릭하면, 이 트렌치코트를 입은 주인공의 이름과 그가 사는 도시, 그 사진을 찍은 장소가 나온다. 어떤 여성은 트렌치코트에 찢어진 청바지를 함께 입었고, 어떤 할아버지는 셔츠와 트렌치코트, 낡은 양복바지를 함께 입었다. 트렌치코트를 입고 장난감을 쥐고 노는 마드리드의 아기 사진도 있고, 아빠와 아들이 함께 트렌치코트를 입고 상하이 거리를 활보하는 사진도 있다. 사진 한 장 한 장이 옷의 기억과 개인의 기억을 함께 보여준다. '아트 오브 더 트렌치' 프로젝트는 그렇게 옷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그걸 입는 사람이며, 그 옷을 입어온 시간이고, 또 그 옷과 함께한 기억임을 우리에게 새삼 환기시킨다.

    청담동에서 애견 순심이와 함께 카메라 앞에 선 가수 이효리, 이화마을 골목에 선 모델 아이린, 청담동 거리에서 사진을 찍은 배우 윤은혜, 남산 N서울타워에서 촬영한 주얼리 디자이너 이일정, 삼청동 골목에서 카메라를 바라본 타투이스트 노보.
    (왼쪽부터) 청담동에서 애견 순심이와 함께 카메라 앞에 선 가수 이효리, 이화마을 골목에 선 모델 아이린, 청담동 거리에서 사진을 찍은 배우 윤은혜, 남산 N서울타워에서 촬영한 주얼리 디자이너 이일정, 삼청동 골목에서 카메라를 바라본 타투이스트 노보./버버리 제공

    트렌치코트와 서울의 연애

    2013년 9월 23일. 베일리가 이번엔 서울에 눈을 돌렸다. '아트 오브 더 트렌치' 프로젝트를 서울에서도 시작하기로 한 것. 화학작용에 가속을 붙이기 위해, 베일리는 먼저 서울에 살고 있고 서울을 무대로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50여명을 골라 그들이 찍은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 50명 중엔 가수 이효리·장기하, 배우 윤은혜·황정민·유아인 같은 연예인도 있지만, 타투이스트 노보, 주얼리 디자이너 이일정처럼 대중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자신의 일을 열정적으로 해온 사람도 포함됐다.

    사진은 모두 서울에서 찍었다. 베일리는 이 50여명이 가장 사랑하는 서울의 장소를 골라, 그곳에서, 가장 그들다운 모습으로, 그들만의 방식으로 트렌치를 입고 사진을 찍어줄 것을 주문했다.

    가수 이효리는 애견 순심이와 함께 청담동 골목에서 운동화를 신고 사진을 찍었고, 주얼리 디자이너 이일정은 남산의 N서울타워 꼭대기에서 수많은 자물쇠가 매달린 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모델 아이린은 종로 이화마을에서 사진을 찍었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롱스커트에 짧은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허리를 질끈 묶은 모습이다. 그녀만의 트렌치코트를 입는 방식인 동시에, 서울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배우 유아인은 서울 북촌을 택했다. 광택이 감도는 버버리 프로섬의 트렌치코트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넣고 유아인은 비딱하게 서서 카메라를 응시한다. 사진 속 유아인은 버버리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지만, 이건 서울의 어떤 볕 좋은 하루를 담아낸 사진이기도 하다. 사진은 모두 버버리 홈페이지(burberry.com)를 통해 23일 공개되며, 서울 주요 지역에 외벽 광고로도 쓰인다. 버버리사(社) 측은 "누구나 똑같은 옷을 입고 있지만, 그 표정과 느낌이 각기 다르다는 것. 결국 이건 모두의 옷인 동시에 나만의 옷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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