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SK, 롯데 그룹을 비롯한 수많은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성장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글로벌 사업은 아직도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답답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반전시킬 비결은 없는 걸까.
지난 8월 말 국내 한 대기업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에서 마련한 K-CON 2013 행사를 참관했는데, 그곳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성공의 열쇠 하나를 발견했다. '인적 융합'이 바로 그 열쇠다.
공연에는 다수의 한류 스타 가수가 총출동했지만, 그중 청중을 단연 압도한 것은 헨리, EXO, 그리고 에프엑스의 무대였다. 이들은 모두 '다국적'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헨리는 대만계 캐나다인인 슈퍼주니어M 멤버이고, EXO는 중국과 한국에서 각각 활동하는 EXO-M과 EXO-K로 구성되어 있는데, EXO-M은 6명 중 4명이 중국 출신이다. 에프엑스도 빅토리아는 중국, 엠버는 대만계 미국인, 크리스탈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한류 콘서트의 해외 무대에서 이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다. 한류는 어느덧 '한류 4.0'으로 진화해 가고있었다.
우리가 우리 제품을 해외에 내다판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우리 제품인 동시에 '그들의' 제품이 되어야 수용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인, 중국인이 포함된 걸그룹과 보이 밴드는 이미 미국인, 중국인에게 반(半)은 그들의 상품이라 생각하게 하고, 열렬한 옹호자가 되게 만든다. 우리 상품에 우리 기술, 우리 고유의 문화가 담겨야 하는 것은 맞지만, 소비자 그들이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제품 개발 과정에도 현지 소비자가 참여하고, 다국적 인재와 다양한 국가의 아티스트가 한국의 제품과 문화를 세계에 소개할 때에 글로벌 히트 상품이 줄줄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번 K-CON 행사에서는 K팝뿐 아니라 K푸드, K뷰티, K패션이 함께 소개되었고, 행사 참가자의 80%가 교포가 아닌 현지 미국인이었다고 한다. 다양한 우리 제품과 다양한 인종이 '비빔밥'처럼 함께 버무려진 것이다. 나눔과 어우러짐이라는 우리 민족의 정서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비빔밥에 글로벌 경영의 비결이 숨어있다.
입력 2013.09.22.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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