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QS '2013 세계 대학 평가'에서 서울대가 35위에 올랐다. QS (Quacquarelli Symonds)는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으로 2004년부터 세계 대학 평가를 시작했다. 2004년 평가에서 서울대는 119위였다. 9년 만에 119위에서 35위로 뛰어올랐으니 괄목할 성장을 한 건 틀림없다.
그런데 바로 한 계단 위 34위에 홍콩과학기술대가 있고 9계단 위 26위 자리에 홍콩대가 있다. 2004년에도 홍콩대와 홍콩과기대는 39위·42위로 서울대보다 까마득히 높았다. 서울대는 지난 10차례 평가에서 단 한 번도 이 두 대학을 이겨본 적이 없다.
홍콩은 인구 700만의 조그만 도시국가(엄밀히는 중국의 특별행정구)다. 홍콩 전체에 대학이 8개뿐이다. 홍콩대는 1912년 영국 식민지 시대에 문을 연 국립대학이고 홍콩과기대는 개교한 지 22년밖에 안 된 신생 학교다. 반면 한국은 인구 5000만명에 4년제 대학이 무려 200개나 된다. 이런 나라의 대표 대학이라는 서울대가 마냥 홍콩 대학 꽁무니만 쫓아가고 있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체 뭐가 잘못된 것인가.
QS는 6가지 지표로 대학을 평가한다. 세계 학계의 평판(반영 비율 40%), 교수 1인당 논문 피(被)인용 수(20%), 해당 대학 졸업생에 대한 세계 기업의 평판(10%), 교수 1인당 학생 수(20%), 외국인 교수 비율(5%), 외국인 학생 비율(5%) 등이다. 이번에 서울대는 학계 평판에서 100점 만점에 98.7점, 논문 피인용 수에서 60.9점, 졸업생 평판에서 93.6점을 받았다. 같은 항목에서 홍콩대가 받은 점수는 99.4점, 51.7점, 93.1점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서울대가 홍콩대와 대등하거나 오히려 더 높다. 문제는 외국인 교수와 학생 비율이다. 홍콩대는 외국인 교수 비율에서 100점, 외국인 학생 비율에서 98.7점을 받았다. 서울대는 외국인 교수 비율 47.2점, 외국인 학생 비율 60.4점이다. 완전 낙제점이다. 바로 이것이 서울대와 홍콩대의 격차를 결정적으로 벌려놓는 요인이다.
활발한 국제 인재(人材) 교류는 현대 대학 경쟁력의 핵심이다. 서울대에 외국의 교수와 학생들이 덜 온다는 것은 서울대가 세계 다른 대학들보다 매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요컨대 빈약한 국제화 수준이 서울대의 발목을 틀어쥐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의 외국인 교수·학생 비율은 한양대, 한국외대, 포스텍(포항공대) 같은 국내 대학들보다도 한참 낮다. 서울대 구성원 중에는 서울대가 실력에 비해 세계무대에서 저평가되고 있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서울대의 허약한 국제화 수준에 비춰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서울대가 어렵사리 유치해온 외국인 교수와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몇 년 견디지 못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곤 한다. 외부인에게 배타적인 교수 사회, 영어 소통의 불편함이 제일 큰 원인이다. 홍콩대는 전 과목 영어 강의가 기본인데 서울대의 영어 강의 비율은 전체 수업의 11%밖에 안 된다. 영어를 '링구아 프랑카(공용어)'로 하는 글로벌 지식 시장에서 서울대는 변방일 뿐이다. 서울대가 앞으로도 그저 한국 울타리 안에서 제일 잘나가는 대학이라는 데 만족하고 안주하려 든다면 홍콩대를 따라잡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입력 2013.09.1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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