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54) 검찰총장이 개인사인 '혼외 아들' 문제에 대해 검찰 공조직을 동원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채 총장은 본지가 지난 6일자에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婚外) 아들 숨겼다'라는 기사를 보도한 직후 대검 간부들을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본지는 지난 5일 낮 혼외 아들의 엄마 임모(54)씨를 취재한 사실은 있지만, 채 총장을 비롯해 검찰의 누구에게도 해당 기사의 내용을 알린 적이 없다. 그런데도 검찰이 어떻게 사전에 보도 내용을 파악했는지 의문이 일고 있다.
임씨가 지난 5일 잠적한 직후 채 총장의 측근인 검찰 간부들이 움직였다.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을 비롯해 몇몇 검찰 간부가 5일 밤 12시쯤부터 다음 날 새벽 3시쯤까지 6일자 본지에 채 총장의 혼외 아들 관련 기사가 나가는 것을 알고 채 총장이 본사에 전하는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다. 이 대목에서 임씨가 낮에 본지 기자가 취재 온 사실을 채 총장에게 알리고, 채 총장이 무슨 내용을 쓰는지 알아보라고 부하들에게 지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으나, 검찰은 어떤 경로로 조선일보의 혼외 아들 보도 내용을 사전에 알게 됐는지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대검과 지검의 몇몇 검찰 간부들은 "'보도 시 정면대응하겠다. 마지막 워닝(경고)이다. 반드시 전하라'고 (채 총장이) 하십니다"라며 기사를 막기 위한 협박성 전언을 문자메시지로 보내기도 했다. 대검 대변인은 지난 9일 기자들에게 "(조선일보 보도는) 총장에게 한마디도 확인하지 않은 기사다"라면서 "총장은 내가 총장에게 보고한 다음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그럼 몇 시에 총장에게 보고했느냐"고 묻자 "6일 새벽 3시쯤"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6일 오전 0~3시까지 여러 검찰 간부가 조선일보에 협박성 문자와 전언을 보낸 사실을 보면 이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채 총장은 본지가 지난 9일 아들 채모(11)군이 올해 7월 말까지 다닌 서울 시내 사립 초등학교의 기록에 채군의 아버지 이름이 '채동욱'으로 돼 있었다고 보도한 날 아침에도 참모들을 불러 모아 놓고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길태기 대검 차장, 오세인 연구위원, 이창재 기조부장, 송찬엽 공안부장, 김영종 범죄정보기획관, 구본선 대검 대변인 등 대검 간부 대부분이 참석했다. 검찰은 통상적으로 이 시각에 업무보고를 한다.
채 총장은 9일 자신 명의로 본지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를 하면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채 총장은 대검 대변인을 기자실에 대신 보내 정정보도 청구 요지를 설명하고 자신은 출·퇴근 때와 점심식사 시간에만 나타났다.
이처럼 채 총장이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검찰 조직을 동원해 대책회의를 열면서도 정작 자신은 그 뒤에 숨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공권력(公權力)의 사적(私的) 사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검 참모들은 총장 개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국가적으로 중요 사건들도 많은데 검찰 수뇌부가 총장 혼외자 문제를 놓고 대책회의 연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일"이라고 말했다.
편지를 꼼꼼히 읽었다는 한 변호사(49)는 "채 총장을 아이 아빠로 사칭했다는 여성의 편지 내용으로도 채 총장과 10년 이상 친분이 깊었음이 확인된다"면서 "채 총장이 본인은 물론 그 여성과 아들을 위해서라도 직접 나서서 세 사람 모두 유전자 검사를 받도록 해야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