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도 저작권료 내라"… 안무가, 사단법인 만든다

조선일보
  • 정지섭 기자
    입력 2013.09.09 03:04

    '권리 찾기' 나선 안무가들
    세계가 열광한 '강남스타일' 등 독특한 안무로 인기 얻으면서 '춤'이 차지하는 비중 커져…
    사전 허락 없이 안무 무단사용… 전국 400여개 K팝 댄스학원 대상으로 저작권료 징수 계획

    "대중음악 작사·작곡가들이 저작권료를 받는 것처럼, 춤도 상업적으로 이용할 경우엔 저작권료를 받겠다."

    유명 안무가들이 안무저작권 관리 단체 설립을 추진 중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을 만든 이주선 안무가, 아이돌 그룹 BAP, 시크릿 등의 춤을 전담해온 박상현씨 등 인기 안무가 7명은 최근 '안무 저작권 단체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이르면 금주 중 문화체육관광부에 사단법인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주선씨는 8일 "창작자로서 노력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받자는 데 공감했다"며 "소수로 시작하지만 대중음악계에서 활동하는 모든 안무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팝 열풍 속에 노래 못지않게 춤도 흥행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박상현씨가 춤을 만든 걸그룹 시크릿의‘샤이보이’. /인터넷 캡처
    "춤도 저작권료 내야"

    그동안 화려한 무대 뒤에서 춤을 만들어온 안무가들이 '권리 찾기'에 나선 것은 최근 대중음악계에서 '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것과 맞물린 흐름이다. '강남스타일'(싸이), '아브라카다브라'(브라운아이드걸스), '미쳤어'(손담비) 등이 히트한 데는 음악뿐 아니라 독특한 춤의 역할이 컸다는 것. 지난봄 싸이가 신곡 '젠틀맨'을 발표할 당시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이른바 '시건방춤' 등을 응용하면서 안무가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한 사례가 있지만 아직 춤에 대한 저작권료는 제도적으로 정착되지는 않은 상태.

    현재 대중음악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안무가는 30여명. 이들은 가수나 아이돌그룹의 노래 안무를 만드는 대가로 건당 300만~500만원 정도를 받고 안무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보장받는 선에서 기획사와 계약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감이 몰리는 몇몇 스타 안무가 외에는 경제적으로는 궁핍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난해 안무가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방송댄스협회'가 설립됐으며 이번엔 저작권 신탁 및 관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단체 설립 움직임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들은 작년 여름부터 정관 마련 등 사단법인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시건방춤을 응용해 안무가 이주선씨가 짠 싸이의‘젠틀맨’.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우선 K팝 댄스학원 대상

    안무가들이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시장'은 전국 4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K팝 댄스학원. 자신들이 만든 춤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수강료를 받는 등 상업활동을 하는 만큼 그에 따른 저작권료를 징수하겠다는 이야기다.

    이주선씨는 "몇년 새 K팝 열풍을 타고 댄스학원 등에서 안무가들의 작품을 무단도용해 가르치는 등 지적재산권 침해가 잇따르자 안무가들의 피해 의식도 커졌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3월 박상현 단장이 자신이 짠 걸그룹 시크릿 노래 '샤이 보이' 안무를 사전 허락 없이 교재로 삼은 댄스학원에 민사소송을 벌여 400만원 손해배상 및 동영상 삭제 확정판결을 받아낸 것도 안무저작권단체 결성에 고무적 요인이 됐다. 현행 저작권법은 무용도 문학·음악·미술작품 등과 더불어 저작물로 인정하고 있지만 실제 재판을 통해 대중음악 안무가 지적재산으로 인정받은 것은 박상현씨가 처음이었다.

    안무가들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이 날 경우, 매장·업소 등에서 음악 사용료를 걷어 작곡가·작사가·가수·연주인 등에 분배하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같은 관리 단체로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대중음악계와 법조계에선 일부 진통이 있을 수는 있지만 결국 '안무 저작권'을 인정하는 흐름으로 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연예·저작권 전문 정경석 변호사는 8일 "대중음악 안무의 경우 비슷한 동작을 반복하는 패턴이 많아 '인간의 사상·감정을 표현하는 창작물'이라는 저작물의 법적 정의와 부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예전보다 높아진 안무가의 위상에 박상현씨의 승소가 이어지면서 흐름을 바꿨다"고 했다. 대중음악계에서는 앞으로 안무뿐 아니라 음향 등 여러 분야의 창작자들이 각자의 저작권을 주장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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