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미국-일본 경제동맹 실체는 에너지동맹?

  • 유민호 퍼시픽21 소장
    입력 2013.09.06 11:53 | 수정 2013.09.06 11:56

    일본의 LNG수송선. /photo 연합

    미·일 간의 군사동맹 강화 관련 뉴스가 거의 매일 신문 지면에 실린다. 미국 상원의 대부(代父) 격인 존 매케인 의원도 거든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이 절대 필요하다고, 서울 한복판에서 강조했다. 집단적 자위권의 핵심 중 하나는 북한 붕괴와 같은 유사시 자위대의 한반도 투입을 의미한다. 만약 중국이 북한으로 내려올 경우 미국이 개입할 것이고, 동시에 미국과 동맹관계인 일본도 한반도에 들어올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것이 집단적 자위권의 의미 중 하나이다.

    한국인 입장에서 볼 때, 미국이 왜 일본을 저토록 감싸는지 궁금할 수도 있겠다. 진주만 공습과 가미카제(神風) 공격까지 당한 과거의 적(敵)에게 왜? 냉전도 끝난 상태에서 왜 새삼스럽게 군사동맹이 강조되는지? 이같은 의문들은 미·일관계를 군사적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착각’의 산물이다. 미·일은 군사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면에서 남다른 나라이다.

    아주 상식적인 얘기지만 군사와 경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군사교류가 활발할수록 경제관계도 깊어진다. 매케인 상원의원이 일본을 감싸는 것은, 바로 일본과의 경제적 관계가 그만큼 깊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중국 경제 하강세와 일본 경제 상승세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군사적 측면만이 아닌, 비즈니스 관점에서 볼 때도 미·일관계는 남다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일 양국 간의 ‘특별한’ 에너지 협력관계를 보면, 두 나라가 사실상 에너지동맹 관계에 들어간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올림픽 개최지 결정과 더불어, 일본 재계가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워싱턴발 뉴스가 그 증거이다. 이르면 9월, 늦어도 10월에 발표될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프로젝트이다.

    ◇美, 경제 전략적 상품 셰일가스 對日 수출 허용한 배경은...

    루이지애나주의 캐머런 LNG기지와, 메릴랜드주의 코브포인트 LNG기지의 대일수출 허가 여부에 관한 뉴스이다. 현재 연방정부가 심사 중이지만, 별 문제가 없는 한 통과될 듯하다. 미국의 최대 우방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일본에 수출을 금지할 이유가 없다. 지난 5월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에 대한 셰일가스 수출을 허락했다.

    원래 셰일가스 수출은 자유무역협정(FTA) 가맹국에만 허용되는 경제 전략적 상품이다. 대통령의 허락과 함께, 텍사스주 프리포트 LNG기지로부터의 대일수출 계획이 확정됐다. 텍사스에 이어 루이지애나와 메릴랜드 두 개의 LNG기지까지 수출에 나설 경우, 일본의 미국산 LNG 총수입 규모는 1년 평균 1500만t에 이를 전망이다. 일본의 연간 LNG 수입규모는 7850t에 달한다.(2011년 기준) 약 20% 정도가 미국산 LNG로 대치된다는 의미이다.

    지난해 일본의 LNG 총수입액은 600억달러 정도이다. 미국산 LNG 구입비로 120억달러를 부담하게 된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일본이 미국에서 수입한 무역대금의 총액은 699억달러이다. LNG 하나만으로 미국산 수입제품의 17%를 점한다. 금액 면에서 볼 때, 일본이 미국에서 수입하는 상품 가운데 최정점에 서는 것이 LNG가스가 될 전망이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은 현재 셰일가스를 통한 LNG 개발과 수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땅을 파서 가스를 채취해 정제한 뒤 파이프를 통해 해변가 액화압축시설로 옮겨 해외에 파는 식이다. 흙을 가스로 바꾸는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보면 흙을 돈으로 바꾸는 봉이 김선달식 비즈니스이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2020년 미국은 연평균 1만4200만t의 LNG정제시설을 갖출 전망이다.

    현재 일본이 신청한 것은 텍사스·루이지애나·메릴랜드 3개 지역 외에도 5개 지역이 더 있다. 가능하면 더 많이, 더 장기적으로 미국산 LNG를 수입하겠다는 것이 일본의 방침이다.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에 적극적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일본의 적극적인 구매의사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이 미국산 LNG 수입에 적극적인 이유는 중동산보다 거의 절반 수준의 가격이라는 점과 안정적인 공급원이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LNG는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절박해진 에너지 상황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안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경제성을 넘어선 더 큰 그림이 이 비즈니스에 숨어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초정밀 레이더 기술로 미국의 대륙간 탄도탄 오차 1m 내로 줄어들어”

    미·일 에너지동맹을 통한 미·일 일체화(一體化)이다. 장기적·안정적 차원의 에너지 거래는 동맹국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에너지를 사고판다는 것은 피를 나눈 사이라는 의미이다. 사회주의 종주국 소비에트가 전 세계 형제국가에 제공한 저가의 또는 무상의 에너지 공급 정책은 좋은 예이다.

    모든 것에 공짜는 없다. 100% 독식하던 시대도 끝났다. 일본은 엄청난 현금을 주면서 수입하게 될 LNG 주변의 압축시설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너무 갑자기 불어닥친 바람 때문이지만, 미국은 아직 LNG 수출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이다. LNG는 말 그대로 천연가스를 액화상태로 만들어 압축한 뒤 탱크로 실어나른다. 일본이 특화하고 있는 고난도 첨단기술을 필요로 한다. 미쓰비시(三菱)상사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이 미국 해안가에 들어설 대규모 수출시설의 건설과 운영에 참가하면서 지분도 늘려가고 있다.

    미국산 물건을 대량으로 구입하지만, 자신의 입지를 조금씩 늘려가는 것은 일본 특유의 비즈니스 관행이기도 하다. 일본은 자국에 배치될 42기의 최신예 전투기 F-35의 부품조달을 일본 스스로 마련할 방침이다. 전부 24개에 이르는 부품으로, 사실상 F-35의 핵심에 해당하는 엔진과 레이더와 같은 것들이다. 미국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1.5배 비싼 가격이지만, 일본 기업에서 수주하기 때문에 고가를 감수한다고 볼 수 있다.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3사가 부품제작 참여사이다. 미쓰비시는 제2차 세계대전 초 전 세계 최고 전투기로 군림한 제로센(A6M)의 제작사이다. 지금까지의 관행을 보면, 일본 기업의 F-35 부품 공급은 단순히 일본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의 초정밀 레이더 기술로 인해 미국의 대륙간 탄도탄의 오차가 1m 내로 줄어들었다’는 말이 있다. 믿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미국의 초정밀 최첨단 분야의 기술은 일본이 상당 부분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7년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수상 이래 일본은 무기수출 3원칙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공산권, 국제결의에 의해 수출이 금지된 나라, 분쟁 당사국이나 분쟁 가능국에 대한 무기수출을 제한하는 방침이다. 직접적인 수출은 금하지만, 미국에 기술을 제공하면서 보이지 않은 부분에 일본제를 심어놓는다. 지난해 10월, 최첨단 여객기 보잉 787 제1호가 일본 전일공(全日空·ANA)사에 인도된 것을 기억할 것이다.

    제작사 보잉의 고향인 미국 항공사가 아니라 일본 항공사가 첫 구매자라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1대 무려 3억달러에 달하는 비행기 부품의 35% 정도가 일본제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부품 제작에 적극 참가하는 대신, 생산된 비행기를 대량으로 구입하겠다는 약속이 있었다. 이후 화재가 발생하면서 일본제 발전기의 안전성이 화제가 됐지만, 워싱턴 현지에서는 다르게 해석한다.

    일본제 배터리가 아니라, 배터리로 연결되는 회로연결시스템의 설계가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에 불이 났다는 것이다. 보잉 제작사 내부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불만 하나 없이 쏟아지는 욕을 감수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옳으냐가 아니다. 35% 지분을 유지하면서 보잉 787 제작에 계속 참가하는 것이 일본의 최대 관심이다. 군사동맹의 이면에 드리워진 양국 간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미·일동맹의 진짜 모습이다.

    - 더 많은 기사는 2013년 9월 2일 발매된 주간조선 2272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