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막된 G20 정상회의의 화두는 '성장'을 둘러싼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이해갈등 조정이었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에 따른 신흥국의 성장 둔화와 금융 불안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놓고 선진·신흥국은 입장 차를 노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세션1 발언을 통해 "선진국이 경제 정상화 과정에서 '공동체 의식'을 갖고 신흥국의 어려움을 배려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선진국의 '배려'를 촉구했다.

◇신흥국 편든 박 대통령

이번 G20의 핵심 이슈는 미국의 양적 완화 출구 전략, 신흥국의 재정 건전화, 국제 금융 체제 개혁, 국제 조세 협력 등이다. 이 가운데 양적 완화 출구 전략은 금융 위기를 계기로 시행된 통화 확대 정책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미국이 이를 가시화하면서 국제 금리 상승,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러시아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오전(현지 시각)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틴 궁전에서 이탈리아 엔리코 레타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G20 의장국인 러시아를 포함한 인도·브라질 등 브릭스(BRICs) 국가, 인도네시아 등 주요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오면서 이 국가들에선 경기 하락과 성장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들은 '양적 완화 조치는 경제 정상화의 일부'라는 입장인 반면, 신흥국들은 '자본 유출이 경제 운용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은 '성장과 세계경제'라는 주제로 진행된 세션1 발언에서 "선진국은 국제 금융·경제 상황과 신흥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까지 감안해 좀 더 신중하게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 급격하게 통화정책의 기조를 바꿀 경우 세계경제에 미칠 충격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박 대통령은 또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글로벌 위기의 불씨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재정 건전화는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라며 신흥국의 '노력'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국제 금융 체제 개혁과 관련해, 인접국들이 외환·금융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으로 재원(財源)을 조성, 운영하는 '지역금융안전망(RFA)'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조세회피 공동 대응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도 '일자리와 투자'

6일 세션2의 주제는 의장국 러시아가 강력하게 요구했던 '일자리 창출과 투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G20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의장국 수임 처음부터 경제성장 촉진과 일자리 창출을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이 과제는 무엇보다 투자 장려, 효율적 규제, 신뢰 제고 및 시장 투명성 제고를 통해 달성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를 최우선 과제로 놓고 있는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와 거의 비슷하다.

러시아의 요청으로 박 대통령은 6일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선도연설(lead speech)을 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고실업·불균형 성장은 거시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창조 경제' 등 포용적 성장을 바탕으로 한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G20 참석 정상 가운데 의전 서열이 9번째인 박 대통령은 5일 콘스탄틴 궁(宮) 행사장에 26번째로 입장했다. 행사장 입장은 의전 서열의 역순(逆順)으로 이뤄져 국제기구 수장, 각국 총리들이 먼저 입장했다. 박 대통령은 회의 시작에 앞서 오바마 미 대통령과 잠시 환담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는 떨어져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