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통상임금 확대, 대기업 정규직만 혜택 보지 않나"

입력 2013.09.06 02:58

[大法 전원합의체 통상임금 공개변론… 연내 최종 결론]

[쟁점1] "기업들 38조원 피해는 과장된 것 아닌가"
경영계 - "38조도 최소 추정치… 中企는 경영난 허덕일 것"
노동계 - "5조7000억 예상… 이미 지급했어야 할 체불 임금"

[쟁점2] "왜 지금껏 상여금 포함시키려고 노력 안 했나"
노동계 - "판결 전까지 상여금이 통상임금 해당되는 줄 몰라"
경영계 - "그간 노사 합의한 것… 이제 와 소송은 신의칙 위반"

"통상임금이 확대되면 38조원의 피해가 발생한다고 하는데 과장된 것 아닙니까?"(양승태 대법원장)

"38조원은 최소 추정치일 뿐 회사가 갑자기 부담해야 할 것은 법률가가 생각할 수 없는 엄청난 비용일 것입니다."(피고 측 이제호 변호사)

"그동안 재계에서 보이지 않는 위험성을 부각시켜 왔습니다. 수치적으로 과장됐습니다."(원고 측 김기덕 변호사)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통상임금의 범위를 두고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열렸다. 이날 사건은 갑을오토텍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그동안 지급하지 않은 임금을 돌려달라"며 낸 것이다. 원심은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원고(근로자) 측과 반대 입장에 선 피고(회사) 측은 한 치의 양보도 없었고, 양 대법원장과 대법관들도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공개변론은 예정된 시간(2시간)을 넘어 3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통상임금 소송’에 관한 공개변론에서 양승태(가운데) 대법원장 등 대법관 13명이 변론을 들을 준비를 하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통상임금 소송’에 관한 공개변론에서 양승태(가운데) 대법원장 등 대법관 13명이 변론을 들을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은 종전 판례를 바꾸거나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사건에 대해 공개변론을 열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공개변론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 각 대법관이 정리한 의견을 모아 합의 과정을 거친 뒤 늦어도 올해 안에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진한 기자
양 대법원장이 원고 측에 "왜 지금까지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원고 측은 "그동안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몰랐다"고 답했다. 이에 피고 측은 "노사 간에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며 "이제 와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 대법원장은 또 원고 측에 "통상임금 확대의 효과가 정규직에게만 미쳐 임금격차 문제가 발생하고,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에서는 고용 증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원고 측은 "통상임금 문제는 단순히 임금을 더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왜곡된 임금 구조를 바로잡는 일"이라고 답했다.

통상임금 논란과 관련해 경영계는 "그동안 정부의 지침과 노사 합의에 따라 통상임금을 정했는데 이제 와서 소송을 내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며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인건비 부담이 늘어 특히 중소기업들이 경영난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영계는 추가적인 기업 부담을 38조원으로 추산한다.

반면 노동계는 "추가 부담이 아니라 그동안 지급하지 않았던 체불 임금을 지급하라는 것으로, 합의보다 판결이 우선"이라며 "근로자들의 가처분소득이 늘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추가 비용을 5조7000억원 정도로 예상한다.

통상임금 논란은 모호한 근로기준법 규정에서 시작됐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6조는 통상임금을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급여'라고 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행정 지침을 통해 매달 지급하는 급여를 통상임금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육아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1994년 대법원 판결 이후 판례를 통해 명절 떡값, 여름 휴가비 등도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매달 지급되는 것은 아니라도 해마다 정기적으로 지급되면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쟁점1~2. 통상임금 소송을 둘러싼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
통상임금 논란은 작년 3월 대법원이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노동계 주요 현안이 됐다. 지난 5월엔 박근혜 대통령이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좋겠다"는 제너럴모터스(GM) 대니얼 애커슨 회장의 요청에 "꼭 풀어가겠다"고 답해 불을 댕겼다. 현재 각급 법원에 계류된 통상임금 사건은 160여건이다.

고용부는 지난 6월 노사정 대화로 통상임금 문제를 풀겠다며 임금제도개선위를 발족했지만 넉 달째 합의안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모인 전원합의체를 통해 통상임금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지난 8월 대법원은 갑을오토텍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면서 이날 공개변론을 연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은 같은 사안을 다루는 1·2심의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법원 관계자는 "올해 안에는 통상임금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임금

월급·시급 등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급여’를 말한다. 퇴직금이나 시간 외 근무수당 등을 정하는 기준도 돼 통상임금이 오르면 퇴직금 등도 오르게 된다. 법원은 1994년 대법원이 육아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이후 판례를 통해 통상임금의 범위를 넓혀오고 있다. 특히 작년 3월 대법원이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하면서 노동계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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