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여대생 정은희양 사건'은 검찰이 사건 발생 15년여 만에 DNA 분석을 통해 성폭행 피의자들을 검거하면서 절반의 열쇠가 풀렸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점은 남아 있다.

정양이 성폭행을 당한 뒤 고속도로에서 사망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고 있다. 당시 사고 운전사는 "정양이 중앙분리대를 넘어 차쪽으로 오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사고 운전자의 진술과 사체 부검 결과, 사고 차량의 파손 부위 등을 종합해 시뮬레이션해 보면 정양은 선 상태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러나 성폭행범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도로에 뛰어들었는지, 누군가 뒤에서 밀었는지 정확한 원인은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이 초반에 사건을 단순 사고로 처리한 점도 의문투성이다. 결정적 증거인 정양의 속옷은 경찰이 아니라 유족이 현장에서 직접 찾아냈다. 성폭행의 결정적 증거였는데도 경찰은 이를 무시했다. 2000년 한 방송사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이러한 의혹을 제기하고 취재에 들어가자 경찰은 뒤늦게 자체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당시의 사건 담당 경찰관이 사체를 안치했던 병원 직원들로부터 "사고 피해자는 팬티를 입고 있었다. 시신 수습을 위해 (우리가) 칼로 찢어 버렸다"는 허위 진술을 받아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범죄를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했다가 경찰이 뒷수습을 하려 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