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자신의 가치를 설파하겠다는 미국의 시도는 결국 실패할 것이다. 미국이라는 '리바이어던(성경 속 바다괴물·지배자)'이 무너진 후 도래할 무질서의 시대에 한국이 어떻게 할지 고민할 시점이다."

에릭 리 청웨이 캐피털 대표는 4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가진 강연에서 "중동의 혼란에서 볼 수 있듯이 자유민주주의를 전 세계에 설파하려던 미국의 시도는 미국의 경제 상황으로 볼 때 유지되기 어렵고, 민족·종교·지역 등 복잡한 상황 속에서 결국 실패할 것"이라며 "한 나라(미국)가 보편적 질서를 주장하던, 역사적으로 아주 특수한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4일 에릭 리 중국 청웨이 캐피털 대표가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강연하고 있다.

벤처기업인으로 상하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그는 논란 속의 인물이다. 뉴욕타임스·파이낸셜타임스·포린어페어스 등에 중국 공산당 체제가 미국·유럽 등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보다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기고해왔다. 미국 UC버클리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중국 푸단(復旦)대에서 국제 관계·공공 분야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식 보편주의가 유지될 수 없는 이유로 그는 세계의 복잡성과 중국의 부상을 들었다. 그러면서 각국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합종연횡하는 '전국시대' '무질서의 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경찰'로서 미국의 몰락을 주장하는 그는 중국 대외 진출에 대해서는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이해에 따른 것일 뿐 '미국식 패권주의'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릭 리는 "일부 시민단체는 중국이 자원 때문에 독재자를 지원하고 그들과 유착돼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공부가 부족해서 하는 소리"라며 "중국은 짐바브웨의 무가베 정권과 관계가 좋지만 동시에 중국 외교관들은 반대 세력과도 긴밀하게 교류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지리아, 미얀마, 수단처럼 정권이 교체되거나 분리 독립, 민주화의 길을 가고 있는 국가들이 대규모 정치적 변화 이후에도 중국과의 관계가 계속되고 오히려 발전했다는 것을 증거로 들었다.

그는 "역사적으로 중화주의를 내세웠던 중국이 경제적 부상과 함께 자신의 질서를 강요할 가능성은 없느냐"는 질문에 "중국은 역사적으로 과거 그리스가 그랬듯 나와 야만인을 구분하는 자기중심성은 있었지만 미국처럼 상대를 바꾸겠다고 나서는 보편성을 전면에 내건 적은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미래에 대해서는 "다음 세대까지는 계속 발전을 이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문제가 되는 부패 문제도 3년 안에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경제 발전에 따른 빈부 격차, 사회 소요 등 불안 요소가 있지만 이는 "학교에 들어간 아이가 감기에 걸리고 자주 아픈 것과 비슷하다"며 "그런 시기를 겪고 난 아이는 몸이 훨씬 건강해진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