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일본군 위안부를 모른다 함은 미국을 기습 공격한 일본이 진주만 공습을 모른다는 것이다!”
2일 제1회 위안부기림평화마라톤의 결승점인 뉴저지 팰리세이즈팍도서관 위안부기림비 앞. 백발이 성성한 칠순의 노인이 내뱉는 준엄한 질타는 거침이 없었다.
이날 레이스를 뛴 150명의 주자들과 가족들, 한인사회 단체장, 미국의 정치인과 에스코트한 경찰, 종교지도자 등 참가자들은 백영현 일전퇴모(일본전범기퇴출시민모임) 공동대표의 연설에 숙연한 표정으로 귀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9월2일은 미연방 공휴일인 노동절이기도 했지만 일본이 1945년 미주리함 선상에서 항복문서에 조인한 날이었다. 또한 버겐카운티에서 위안부기림의 날로 잠정 결정한 날이기도 했다.
이날 폐막식에서 특히 주목을 받은 이들은 스티브 카발로 화가와 백영현 일전퇴모 공동대표였다.
위안부 초상화가로 잘 알려진 카발로 작가는 팰팍의 기림비 동판을 디자인했고 기림비를 팰팍 도서관 앞에 세울 수 있도록 제임스 로툰도 시장을 설득한 주인공이다. 백영현 대표는 기림비가 돌보는 이 없이 방치돼 자칫 철거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사재 수천 달러를 들여 무료 조경을 자청하고 위안부 소녀를 형상화한 ‘위안부 분재’를 정성껏 길러 식수한 주역이었다.
1990년대부터 한국 나눔의 집을 방문하는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교류한 카발로 작가는 그간 촬영한 할머니들의 사진을 기림비 주변에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일본은 위안부 역사를 부인하지만 할머니들이야말로 온 몸으로 진실을 증언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주최 인사 중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백영현 대표의 연설은 일본의 우익 정치인들에겐 모골이 송연할 꾸짖음이었지만 나머지 사람들에겐 숙연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백영현 대표는 “일본은 지난해 5월 네 명의 국회의원이 이곳을 찾아와 기림비를 손가락질하며 ‘위안부는 창녀들, 강제위안부는 단 한 명도 없다’고 희생자들을 모독했다. 그들 4인을 반문명인들로 규정하며 기림비 앞에 무릎꿇고 통곡하라. 일본이여 그대들은 지구상 어디에 존재하는 나라인가?”하고 외쳤다.
그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는 독일에 가서 브란트와 메르켈로부터 인성교육을 받으라. 전범들이 누운 야스쿠니(靖國) 신사가 아니라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의 사당에서 일본의 진정한 정의를 배우라”고 일갈하고 “우리의 평화마라톤은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한 짓을 솔직히 고백할 때까지, 그리고 욱일전범기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행사는 새로운 위안부 분재를 식수하는 것으로 끝맺음이 됐다. 위안부 소녀의 머리를 형상화한 기존의 분재는 나눔의 집의 요청에 따라 한국으로 보내져 그곳 정원에 심어질 예정이다. 새로운 위안부 분재는 장기봉 팰팍한인회장과 스티브 카발로 작가, 마이클 사우디노 버겐카운티경찰 총책임자, 제이슨 김 팰팍부시장, 이종철 시의원 등이 공동으로 식수했다.
백영현 대표는 “위안부분재에는 두 개의 매듭이 달려 있다. 언젠가 일본이 위안부 범죄를 공식 인정하고 사과와 배상을 하는 날, 하나는 피해 할머니들이 풀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일본과 우리가 함께 풀게 될 것”이라고 소개해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