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 "긴급시 USB 삼켜라"…증거인멸 등 행동지침

  • 뉴스1
    입력 2013.09.02 20:50

    3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국정원 직원들이 압수품을 들고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실을 나서고 있다. 이날 수원지방검찰청 공안부는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석기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13.8.3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내란음모 사건'의 진원지로 지목된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산악회'가 '조직의 강령, 5대 의무 고지, 결의다짐' 등 구체적인 절차를 갖고 세력 규모를 확장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안당국은 2일 국회에 제출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를 통해 "RO는 최초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경기남부위원회 조직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후 대학·청년운동단체 조직원들을 대상으로 세력 규모를 확장해왔다"며 이 같이 범죄사실을 적시했다.

    공안당국은 또 "RO는 특히 조직원들에게 '5대 의무'를 부여해 조직에 복종을 요구하는 한편, 총책으로부터 최말단 세포원까지 이어지는 지휘통솔체제를 바탕으로 전체 조직원들의 조직생활을 장악·통제하며 계속성을 유지해왔다"고 밝혔다.

    공안당국이 밝힌 RO조직가입식 '조직 성원화 절차'는 다음과 같다.

    먼저 지휘성원의 지시에 따라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을 실시한다. 이어 조직의 강령, 5대 의무를 고지한다.
    강령은 '우리는 주체사상 지도이념으로 남한사회의 변혁운동을 전개한다', '우리는 남한사회의 자주·민주·통일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 '우리는 주체사상을 심화 보급, 전파한다' 등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

    '조직원의 5대 의무'는 '조직보위의 의무', '사상학습의 의무', '재정방조의 의무', '문공수행 의무', '조직생활의 의무'다.

    세번째 결의다짐 순서에서는 지도성원이 "우리의 수(首)는 누구인가"라고 물으면 대상자는 "비서동지(김정일 지칭)"라고 답한다.

    또 지도성원이 "나는 누구인가"라고 물으면 대상자는 "R가(혁명가)임"이라고 답한다. 지도성원이 "간부의 풍모는"이라고 하면 "충실성, 사상성, 사업작풍"이라고 답하는 순이다.

    네 번째로 조직가입 대상자의 결의발표 및 지휘성원의 환영인사가 이어지고 가명인 조직명을 부여하며 북한 혁명가요인 '동지애의 노래'를 제창한 뒤 RO에서 내려준 학습자료로 주체사상 학습이 실시된다.

    이외에도 구체적인 RO의 행동수칙도 나온다.

    공안당국은 "RO는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입각한 남한 사회주의혁명투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수사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통신보안, 컴퓨터보안, 문서보안, USB보안, 외부활동보안 등 보안수칙을 세밀하게 설정해 조직원들이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RO는 통신보안을 위해 '개인의 휴대폰이나 일반 전화기로 조직과 관련된 사항은 말하지 않는다', '조직과 관련된 사항은 반드시 공중전화기나 비폰(비밀 핸드폰)을 사용한다', '조직원 회합시는 위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일반 핸드폰 전원은 끄고 비상시를 대비해 반드시 비폰(지휘성원 이상민 소지)만 켜놓은 상태를 유지한다'고 지침을 내렸다.

    컴퓨터보안과 관련해서는 '모임이나 학습을 진행시 노트북 전원이 켜져 있는 상태에서는 자동으로 대화내용이 녹음돼 도청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노트북 전원을 끄고 진행한다'고 했다.

    또 '문서를 작업한 후에는 흔적 지우기를 해야 하며 한글 2007 사용 후 최근 문서를 열어 파일 이름이나 열람한 파일명이 나오면 하나씩 확인 후 삭제해야한다"고 주지시켰다.

    '개인 E-mail로 회합 장소나 조직과 관련된 자료는 절대 수신하지 않는다'고 했고 '노트북·PC하드디스크는 6개월 단위로 교체한다'고 했다.

    '자신에게 위험한 상황이 예상될 경우는 즉시 노트북·PC하드디스크를 교체하거나 USB를 파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USB파기 방식과 관련, 홍순석 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은 한동근 전 수원시위원장을 지난 5월 8일 만나 압수수색 상황을 맞게 되면 "USB를 이빨로 깨서 (삼켜)먹거나 어떻게 해도 된다"며 긴급상황 발생시 저장매체 은닉·파손방법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문서보안의 경우 '종이에 학습내용 등을 작성하면 소각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분실로 인한 외부 노출시 조직보위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가급적 종이는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부득이 종이에 조직 관련 내용을 작성한 경우에는 반드시 소각한다"고 지시했다.

    또 '모든 문서는 암호화된 USB로만 관리'하며 'USB는 수시로 Eraser프로그램을 이용, 문서를 삭제하고 삭제한 흔적을 SNOOP프로그램으로 다시 제거해 분실 또는 수사기관 검거에 철저히 대비'하도록 했다.

    도피지침(외부활동보안)도 있다. RO는 조직원들 간에 회합시 수사기관의 미행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른바 '꼬리따기'를 해야 한다고 지침을 내렸다.

    꼬리 따기는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거나 버스로 이동할 때 목전지 전 정류장에서 내려 도보로 이동하는 방법이다.

    신변에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경기도 인근에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은신처를 만들어 놓거나 유사시에 대비해 10만원 정도의 현금도 소지하도록 했다.

    재접촉 시에는 서로 암구호를 교환, 안전 확인 후 접촉하도록 했다. 조직과 관련된 내용은 되도록 암기하고 근거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지침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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