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상관 없어요… 그저 도울 뿐이죠"

조선일보
  • 한상혁 기자
    입력 2013.09.02 03:02 | 수정 2013.09.02 08:56

    [개신교 해외 선교 100년,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선교사들]

    새마을운동 전파, 이진섭 선교사, 박은순 선교사는 마사이족 교육
    이슬람·가톨릭·토속신앙 '三分'… 외부인 경계심 강한 탄자니아서 100여명이 의료·교육 등 선행

    "당신이 크리스천이든 무슬림이든 관계없이 나라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여러분을 돕겠습니다. 이 마을 어린이가 지도자로 자라 나라 전체를 변화시킬 것입니다."

    지난 29일 오후 탄자니아 최대의 도시 다르에스살람(Dar es Salaam)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의 작은 마을 은지안네(Nji Anne). 이진섭(60) 선교사의 말이 끝나고 마을 주민 300여 명은 '새마을'이란 글자가 새겨진 초록색 깃발 앞에서 노래 부르고 춤췄다. 마을 이장인 오말리 사이디 무탕고(48)가 말했다. "이 목사와 한국 덕분에 우리 마을이 이렇게 살기 좋아졌습니다."

    은지안네는 3800여 명의 주민 99%가 이슬람교를 믿는다. 영국의 신탁통치가 끝난 후 버려지다시피 했다. 이 선교사는 2009년부터 이곳에서 한국의 새마을중앙회와 함께 새마을운동을 전파했다. 처음엔 누구도 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한국이 탄자니아보다 더 못사는 나라였지만 이렇게 해서 달라졌다"는 설득에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마을 사람들은 잡초가 우거진 풀밭을 개간해 벼를 심었고, 옥수수와 파파야를 경작했다. 나무를 쳐내고 돌을 고르면서 14㎞의 길을 만들었다. 이제 마을에는 상인들이 몰려들고 현대식 콘크리트 건물의 상가들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지난 29일 오후 탄자니아 은지안네 마을에서 이진섭(맨 오른쪽) 선교사가 현지인들과 함께 어울리고 있다
    지난 29일 오후 탄자니아 은지안네 마을에서 이진섭(맨 오른쪽) 선교사가 현지인들과 함께 어울리고 있다. /한상혁 기자
    1992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탄자니아에서 선교를 시작한 이 선교사는 지난해 '탄자니아 연합대학'을 설립했다. 한국 교회들에서 성금을 모아 약 125만㎡(38만평)의 대학 부지를 사들였고 교수를 초청했다. 장성근(69) 총장은 순천향대 교수, 조도현(67) 부총장은 아주대 교수 출신이다. 이들을 포함해서 36명의 교수·교직원은 모두 개신교 신자들로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 개신교의 해외 선교가 시작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 한국 개신교는 1913년 5월 박태로·김영훈·사병순 목사를 중국 산둥성(山東省)에 선교사로 처음 보냈다. 한국 선교사의 발길은 이미 아프리카 깊숙한 지역까지 닿아, 탄자니아에만 100여 명의 개신교 선교사가 활동 중이다. 탄자니아는 이슬람교·가톨릭·토속신앙이 인구를 삼분(三分)하고 있다. 사회주의 전통 때문에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도 강한 편이다.

    탄자니아 북동부의 도시 아루샤(Arusha)에서 활동하는 박은순(여·59) 선교사는 킬리만자로 산 인근의 마사이족 거주지에서 교회 9곳과 초등학교 1곳, 유치원 3곳을 관리하고 있다. 마사이족은 미혼인 박 선교사를 '마마 팍'이라고 부른다. 전사(戰士)의 높은 긍지를 가졌지만 생활은 늘 곤궁했던 마사이족에게 한국인 선교사는 마실 물을 구하고, 일해서 사는 법을 가르쳐주는 고마운 존재다. 박 선교사는 사역지를 개척할 때마다 먼저 우물을 만들고 어린이와 여성을 교육한다.

    마사이족 남성은 평균 부인이 세 명이다. 토속 신앙과 함께 선교사들이 애를 먹는 부분이다. 박 선교사는 이미 둘째 부인을 둔 사람은 화목하게 살되, 더는 부인을 늘리지 말라고 가르친다. 박 선교사는 "성경과는 맞지 않지만 현지 풍습을 존중하면서 어울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한의사로 일했던 문흥환(66) 선교사는 부인 문신덕(64) 선교사와 함께 7년째 활동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오염된 물로 인한 풍토병과 에이즈 등 전염병으로 고통받는 마사이족을 돌보고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다. 문 선교사는 "현지인 중 상당수가 태어나서 의사를 처음 본다고 했다"며 "처음에는 경계하던 이들이 점차 우리를 비롯한 한국인 선교사에게 친밀감을 표시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