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택시 승차 거부당한 뒤 韓·日 역사 공부 시작"

조선일보
입력 2013.08.31 03:03

[안중근 의사 기념사업하는 일본인 고마쓰 아키오씨 訪韓]

"韓·中·日 갈등 커지는 시기… 세계적 평화사상가 안중근을 더욱 연구하고 계승해야
위안부 문제 반성하게 하려면 '망신' 주겠다는 방법보다 '화해와 용서'로 풀어나가야"

고마쓰 아키오 인간자연과학연구소 이사장이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중근 의사 기념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마쓰 아키오 인간자연과학연구소 이사장이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중근 의사 기념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기병 기자
일본인으로서 안중근 의사 기념사업을 하고 있는 고마쓰 아키오(小松昭夫·69)씨는 1944년 일본 시마네현(島根縣)에서 태어났다. 시마네현은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해 독도를 자기네 섬이라고 주장하는 지방자치단체다. 한국에 독도 침탈의 중심으로 인식되는 시마네현 의회가 지난 6월 아베 내각에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하고 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라"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시마네현 의회의 이런 행동은 일본의 '전후(戰後)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한국, 중국을 다니며 사죄와 기부를 계속해온 고마쓰씨의 행적만큼이나 복잡해 보였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고마쓰씨는 "원래 대립과 모순이 있어야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일이 지금 갈등하는 것은 새로운 변화를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했다. 그는 헤겔의 변증법 이야기라고 했다. 그러나 고마쓰씨는 신입사원들과 시마네현 주민들을 한국에 데려와 독립기념관을 견학시키고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던 사실은 내세우지 않았다. 시마네현 의회가 제정한 '다케시마의 날'에 맞춰 일본에서 안중근 의사에 대한 학술세미나를 개최한 것도 따로 말하지 않았다.

고마쓰전기 대표이자 인간자연과학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고마쓰씨는 2008년 안 의사 기념관 건립기금으로 100만엔을 기부했고, 1997년에는 독립기념관에도 100만엔을 기부했다. 북한 어린이 돕기에 써달라며 우리 적십자사에 500만엔을 내기도 했다. 백범기념관, 서대문형무소 등 한국 독립운동 유적은 대부분 방문했다. 평범한 사업가였던 고마쓰씨는, 젊었을 때 한국에서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택시 승차를 거부당한 이후 충격을 받고 역사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요즘처럼 한·중·일 갈등이 커지는 시점에서 안중근이라는 세계적 평화사상가를 더욱 연구·계승해야 한다"며 "한국에서 안 의사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마쓰씨는 지난 24일 시마네현 의회의 위안부 결의안 채택을 지지하겠다는 대구변호사회 관계자들을 시마네현으로 초청했다. 초청 방문단에는 위안부 할머니도 포함됐다. 일본 우익의 방문 반대시위가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는 "나는 전후(戰後)세대로 전쟁 책임은 없다. 그러나 전쟁을 일으킨 국가 국민으로서 전후(戰後)에도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통 일본인이다. 산업진흥 공로 훈장을 받았다는 말을 할 때는 "천황폐하에게 받았다"고 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 고마쓰씨는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진짜 반성하게 하려면 한국도 지금처럼 일본인들에게 망신을 주겠다는 방법보다는 실질적 해결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운동 방식을 바꿨으면 좋겠다"고 했다. '화해와 용서'는 서로 입장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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