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사탕·청주… 후쿠시마産 가공식품, 소리 소문없이 한국 들어온다

입력 2013.08.31 03:04

30개월간 15개 품목 188t 수입
쌀·버섯·명태·대구 등 농수산물은 禁輸
다코와사비 등 술안주류 같은 가공식품
방사능 검사 후 이상 없으면 수입 가능

대형 마트엔 없는데 어디로
原電사고 직후 바로 매대에서 퇴출시켜
"현단위 표기 의무없어 모두 일본산 표기…
식당·유흥업소·식가공업체서 소비될 것"

일본산 식품, 방사성 물질 검출 총 130건
식약처 "검출량, 기준치의 20분의 1 수준
후쿠시마産이 다른 지역보다 높진 않아"

방사능표식
"지금도 후쿠시마산(産)을 수입하는 데가 있다고요?"

일본 사탕을 수입·판매하는 S사 관계자는 지난 28일 "정말이냐?"고 물었다. 그는 "우리도 전에는 후쿠시마산 사탕을 수입했지만 방사선 누출 사고 이후엔 그쪽 제품은 안 들여온다"고 말했다. 그 관계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산이라면 제조지까지 따지는 소비자가 급증했다"며 "그런 마당에 후쿠시마산을 누가 사겠느냐"고 되물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일본산 먹을거리에 대한 공포가 국내산 수산물의 소비까지 위축시키고 있는 요즘, 공포의 진원지인 후쿠시마에서 생산된 식품들은 정작 소리 소문 없이 수입되고 있다. 수입 목록에 든 대표적 식품 중 하나가 사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올해 8월까지 1만㎏(10t)이 넘는 후쿠시마산 사탕이 수입됐다. 100g짜리 포장으로 치면 10만 봉지 분량이다. S사 관계자는 "보통 컨테이너 하나가 15t인데 우리 회사만 해도 한 해 300t의 사탕을 수입한다"며 "시장 전체로 보면 미미한 물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많고 적음을 떠나 후쿠시마산을 수입하는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뜻밖"이라고 말했다.

각종 '일본 방사능 괴담'이 보여주듯 일본산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민심은 흉흉하다. 후쿠시마산 식품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도 그곳에서 만들어진 먹을거리가 계속 수입되고 있다면 당장 '도대체 누가 사먹는다는 말인가?' 하며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산 식품, 어떤 종류가 얼마만큼이나 들어오는 것일까?

안주류·청주·사탕 등 꾸준히 수입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산 농·수산물이나 가공식품을 수입하려면 두 단계 관문을 거쳐야 한다. 먼저 일본 정부의 방사능 검사 성적서를 따야 하고 우리 식약처의 전수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여기서 전수 검사란, 같은 제품이라도 매번 물량이 들어올 때마다 샘플을 추출해 검사한다는 의미로, 모든 물량을 검사한다는 건 아니다.

후쿠시마현과 그 인근 13개 현에서 나는 농·수산물은 아예 수입 금지 상태다. 농산물은 후쿠시마산 쌀·버섯·순무 등 16개 품목, 수산물은 후쿠시마산 명태·대구 등 49개 품목이다. 이들 품목은 일본 정부가 스스로 출하 금지 대상으로 정한 것이다. 따라서 후쿠시마산 식품은 오직 가공식품 종류만 수입이 가능하다.

식약처는 2011년 3월부터 매일 혹은 매주 일본산 수입식품에 대한 방사능 검사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품목과 중량,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의 검출 여부, 해당 식품이 만들어진 시점과 현(縣) 단위 생산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Why? 취재팀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8월까지 30개월 동안 총 15개 품목, 188t의 후쿠시마산 가공식품이 국내로 들어왔다.〈그래픽 참조〉

가장 많이 수입된 후쿠시마산 식품은 수산물가공품이었다. 지금까지 93t이 넘게 수입됐다. 수산물가공품은 수산물에다 조미료 등을 가미해 가공한 것으로 다코와사비(문어에 와사비를 섞어 맛을 낸 것) 같은 술 안주류가 대표적이라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다음으로 맛과 향을 내는 식품첨가물이 46t 들어왔다. 식품첨가물은 올 들어서는 수입이 눈에 띄게 줄었다.

쌀과 지하수가 핵심 원료인 청주(靑酒)도 매년 꾸준히 수입됐다. 지금까지 들어온 후쿠시마산 청주는 약 23t. 후쿠시마산 청주는 특히 추석과 설 명절을 앞두고 수입 물량이 많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소스·드레싱류가 7t 가까이 수입됐고 돈가스 등에 쓰이는 빵가루 같은 곡류 가공품 2.3t, 안주와 간식으로 주로 먹는 조미건어포 2.2t, 양념 젓갈이 2t 안팎 들어왔다. 이 밖에 우동 스프류를 포함한 복합조미식품, 스낵 과자, 라면, 즉석조리식품, 캐러멜 등도 적은 물량이지만 수입됐다.

대형마트 등엔 없어…식당 등에서 소비되는 듯

까다로운 기준의 검사를 통과했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후쿠시마산을 선택할 리는 만무하다. 중앙대 하상도 교수(식품공학)는 "먹을거리의 문제는 과학이 아닌 신뢰·정서의 문제이며, 특히 식약처 검사는 샘플 검사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후쿠시마산이 기피 대상인 건 같은 이치다. 도쿄 도심의 '카탈로그 하우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후쿠시마 농부들을 돕자'며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가장 먼저 판매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농산물은 출하 전 방사능 검사를 다 거친 것이다.

하지만 가게에는 소비자들이 손수 방사성 물질을 검사할 수 있도록 검출기를 가져다 놓았다. 정부 기준치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정해놓고 수치가 그 이하여야만 판매한다. 그런데 정작 그 가게 직원은 "직원 중엔 자신의 집에서 기른 야채를 먹는 사람이 많은데 가끔 가게의 검출기를 가져가 검사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후쿠시마산이 수입되고는 있지만,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대형마트나 할인점 등에서는 구경할 수가 없다. 예컨대 일본인 고객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울역 롯데마트의 경우 청주는 아오모리현, 사탕과 과자는 오사카, 건어물은 에히메현 등, 모두 후쿠시마와 거리가 먼 지역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이는 다른 대형 유통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유통업체들은 "소비자의 반감을 고려해 후쿠시마산 식품은 사고 직후 매대에서 바로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판로가 막힌 후쿠시마산을 수입업자들은 왜 들여오는 것일까. 일본산 청주를 수입해온 한 무역업체 대표는 "후쿠시마산이라고 해서 일본의 다른 지역에 비해 가격 조건이 크게 좋은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래 거래해온 현지 업체와 거래를 단번에 끊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며 "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다면 박정하게 수입을 중단할 수도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과자류를 수입하는 업체 대표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될 경우 그에 따른 손해는 현지의 수출업체가 지도록 계약을 하기 때문에 수입하는 한국 업체들로서는 수입 비용 면에서도 큰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코트라(KOTRA) 일본지역본부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들이 후쿠시마산인지 아닌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기대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실제로 수입산 식품은 '일본산'이라고만 표시하면 될 뿐 현 단위의 원산지까지 표시할 의무가 없다.

또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가격이 10~20% 정도 하락했고,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식품들 가격이 낮아진 점도 수입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후쿠시마산 식품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식자재로 쓰이는 가공제품이다. 하상도 교수는 "수입은 되는데 일반 소비자들이 접하기 어렵다면 식당과 유흥업소, 식품가공업체 등에서 식자재나 원료로 소비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후쿠시마산 식품을 먹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무역마찰 등을 고려하지 않고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후쿠시마산 등은 수입을 금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21세기 체르노빌’로 통하는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 전경. 이곳에서 나온 고방사성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대량유출돼 수산물 소비가 많은 각국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21세기 체르노빌’로 통하는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 전경. 이곳에서 나온 고방사성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대량유출돼 수산물 소비가 많은 각국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 AP 뉴시스
후쿠시마산이라고 별도 검사는 하지 않아

원전 사고가 난 후쿠시마산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엄격한 검사를 하지는 않는다. 검사 대상은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으로 다른 일본산 식품과 동일하다.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요오드와 세슘 외에도 핵무기 성분인 플루토늄, 골수암을 유발하는 스트론튬 등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이 공기와 바다를 통해 방출됐다. 그런데도 요오드와 세슘만 검사하는 것은 두 물질이 가장 유해한 방사선이 나오는 지표성 물질이고, 다른 핵물질보다 상대적으로 검출이 쉽기 때문이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는 "두 물질 중 하나라도 검출된다면 플루토늄·스트론튬 같은 다른 핵물질도 있을 확률이 높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플루토늄은 국내에 검출기가 없고 스트론튬은 검출에 한 달 이상이 걸려 수입식품마다 검사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허용 기준치는 방사성 요오드가 식품 1㎏당 300베크렐(Bq·방사능 단위), 세슘이 1㎏당 100베크렐이다.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엄격하고 일본과는 같은 수준이다. 식약처는 "세슘에 적용되는 허용 기준치 정도로 오염된 음식을 하루 세 끼, 1년 내내 먹어도 그로 인해 인체가 받는 방사선량은 컴퓨터단층촬영(CT) 1번 하는 것보다 적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산 식품의 수입 기준은 사실상 '제로(0) 베크렐'나 마찬가지라는 게 수입업계의 설명이다. 아무것도 검출되지 않아야만 수입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한 일본산 식품 수입업자는 "식약처 검사에서 설령 기준치 이하라도 일단 방사성 요오드나 세슘이 나오면, 플루토늄이나 스트론튬 같은 다른 방사성 물질도 기준치 이하라는 걸 입증하는 '비오염 증명서'를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플루토늄 등에 대한 비오염 검사는 미국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비용이나 시간을 고려하면 수입을 자진 철회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산 식품에 대한 검사가 시작된 이후 미량이라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경우는 모두 130건이었다. 2011년 21건, 2012년 101건, 올해 8건으로 검출된 방사성 물질(모두 세슘)의 양은 평균적으로 기준치의 20분의 1 수준으로 매우 낮았다고 식약처는 밝혔다. 검출 수치가 가장 높았던 경우도 기준치의 4분의 1 정도였다. 식약처 관계자는 "후쿠시마산이 일본 다른 지역산에 비해 특별히 더 높은 수치를 보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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