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47]남보다 빨리 '잘' 실패하는 것이 成功의 비밀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교수·뇌과학
입력 2013.08.27 03:06

김대식 KAIST교수 사진
김대식 KAIST교수·뇌과학
학습이란 어떻게 가능할까? 수학적 모델을 통해 뇌 기능을 이해하려는 계산뇌과학적 방법은 '경험과 오차' 위주라고 가설한다. 처음 영어로 '사과=apple'을 학습한다고 생각해보자.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옹알거리는 학생에게 선생님이 'apple'이라고 고쳐준다. 같은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발음은 점점 더 정확해져 'epel'→'apel'→'apple' 같은 식으로 변하게 된다. 이때 뇌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뇌 안의 모든 정보와 지식은 신경세포 간의 연결성(synapse)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시냅스의 유연성이 높은 어린 시절(=결정적 시기)에는 경험을 기반으로 자주 쓰는 신경세포는 살아남고, 쓰지 않는 세포는 사라진다. 찰흙같이 구조적으로 '말랑말랑'한 뇌가 경험을 통해 그 경험을 가능하게 한 특정 환경에 최적화된다는 것이다. '경험'의 역할은 결정적 시기(10~12세)가 끝나고도 계속된다. 어린 뇌에서 경험은 단순히 '온-오프'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시냅스는 쓰면 살아남고(On), 쓰지 않으면 없어진다(Off). 하지만 '사과=apple'이라는 발음과 의미를 학습하기 위해서는 좀 더 구체적 방법이 필요하다. '사과'를 볼 때 'apple'이라는 발음을 만들어내야 하는 수많은 시각·청각·언어 신경세포 간의 연결성이 적절한 수준으로 바뀌어야 한다. 어떤 수준이 '적절한' 수준일까? 뇌는 이 문제를 반복된 시도와 실패를 통해 얻게 된다. Apple이라는 정답을 구현하기 위해서 뇌는 우선 수많은 '실패작'을 만든다. 실패작과 정답의 오차를 기반으로 신경세포 간의 연결성을 변형하면 점차 정답에 가까운 답을 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뇌 신경망 그래픽
뇌 신경망들은 '경험'과 '오차' 위주로 학습한다
우리는 보통 결과물을 '실패'와 '성공'으로 나누려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보다 복잡하다. 성공과 실패 사이에는 '성공적 실패'와 '실패적 성공'이 있기 때문이다. 뇌는 정답과 실패작의 오차를 지속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통해 매우 '성공적인 실패'를 한다. 반면 현실에서는 '실패적 성공'도 많다. 예를 들어 '보여주기'식 목표 달성만을 추구하는 정책이나 과학 프로젝트 등이 그렇다. 이런 실패적 성공은 '이미 성공했다'는 착각만 만들어낼 뿐이다.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 중 한 명이었던 볼프강 파울리(Wolfgang Pauli)는 의미 없는 실험이나 프로젝트를 평가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건 틀리지조차 않았다고!(Das ist ja nicht einmal falsch!)" 결국 '성공이냐 실패냐' 그 자체는 중요한 게 아니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새로운 것을 배우느냐가 핵심이다. 그렇다면 남보다 더 빨리 성공적으로 실패하는 것이 성공의 비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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