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아리의 목표는 '오롯이 학생 힘으로 지속가능한 온라인 지식 공유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에요. 우리 활동이 점차 확산돼 '학습자'가 '강연자'로 나서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길 바랍니다."(최세민)

◇'칸아카데미 단순 번역'서 '자체 콘텐츠 제작'으로 업그레이드

'한국의 칸아카데미' 설립을 꿈꾸는 청심국제고 2년생 동갑내기 8명(구찬모·서명근·유경민·유진우·이준석·정근영·정용욱·최세민)이 지난달 온라인 지식 공유 플랫폼 '오픈놀리지'(openowledge.com)의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칸아카데미는 학습자의 연령대에 맞춘 4000여 개의 분야별(수학·과학·인문·예술 등) 무료 교육 동영상을 제공하는 비영리 교육 서비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출신의 헤지펀드 애널리스트 살만 칸(37)이 지난 2006년 시작한 이 서비스는 전 세계 210여 개국 4300만 명이 이용하고 미국 2만여 개 학습에서 교육 자료로 활용될 만큼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다(2012년 기준). 오픈놀리지는 칸아카데미 콘텐츠의 도움을 받은 학생들이 '좀 더 많은 이들이 언어 장벽 없이 칸아카데미의 우수 강의를 접할 수 있게 하자'는 데 뜻을 함께해 시작됐다.

오픈놀리지를 통해 지식 나눔에 나선 청심국제고 8인.

"경북 안동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청심국제고에 들어왔는데 처음엔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따라잡지 못해 애를 먹었어요. 그때 친구들이 알려준 칸아카데미 덕을 많이 봤죠. 자연스레 '영어 문제로 강의를 소화하기 힘든 학생을 위해 한글 자막을 제작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습니다."(유경민) "국내 교육 업체의 인터넷 강의를 전부 챙겨 수강하려면 못해도 10만원, 많게는 20만원쯤 들어요. 칸아카데미에선 영어만 할 수 있으면 우수 강의를 얼마든지 무료로 들을 수 있는데 말이죠. 각 강의가 10분 내외 분량으로 나뉘어 필요한 부분을 찾아 공부하기도 좋고요."(이준석)

단순 번역에서 시작된 오픈놀리지 활동은 점차 '학생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 제작'으로 업그레이드됐다. 회원들은 국제철학올림피아드 한국 대표를 역임한 동급생을 비롯, 교내에서 '학생 명강사'로 명성을 떨치는 친구들을 섭외해 동영상 강의 제작에 나섰다. '단기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으려 비영리 교육 법인으로 정식 인가도 받았다. 2013년 8월 현재 오픈놀리지에 접속하면 한글 자막이 딸린 칸아카데미 강의 35개와 자체 제작 영상 32개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주제는 미적분학·서양철학·경제위기·신경생물학 등 다양하다. 법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유진우군은 "앞으로도 입시 위주 내용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자신의 흥미와 재능을 스스로 계발할 수 있는 콘텐츠를 다양하게 제작할 생각"이라며 "'세계 경제 위기 이야기' '세계 건축사 특강' 등 내년 말까지 강연자 150명의 도움을 받아 250개 강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번역단 모집 등 '세 확장' 나서… "2015년까지 800편 제작 목표"

회원 수가 8명에 불과하다 보니 매번 크고 작은 한계에 부딪치는 게 사실이다. 서명근군에 따르면 칸아카데미 영상 한 편의 한글 자막을 제작하는 데만 2시간 이상 소요된다. 강의 중 등장하는 전문 용어를 일일이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이 만만찮기 때문. 강의안 구상부터 촬영까지 직접 해내야 하는 자체 강의 제작엔 더 많은 품이 든다. 이 때문에 최근 회원들은 '조력자 물색'에 나섰다. 청심국제고의 자매 학교인 청심국제중 후배 중 영어 능통자를 섭외했는가 하면, 얼마 전엔 온라인으로 'ACG번역단'(2인 1조) 모집도 시작했다. 이렇게 선발된 이들은 오는 10월부터 4개월간 살만 칸과 MIT 재학생이 만든 오픈코스웨어 'MIT+K12' 내용을 월 2회 번역, 업데이트하게 된다.

정근영(콘텐츠관리 이사)양은 "우리 동아리는 가평봉사활동센터가 인정한 '봉사활동 수여처'여서 참가 팀은 매회 번역 미션을 완수할 때마다 6시간씩 월 최대 12시간의 봉사활동 인증서를 받을 수 있으며 이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과도 연계된다"며 번역 능력을 갖춘 초·중·고교생의 동참을 당부했다. 실제로 페이스북·트위터 등에서 오픈놀리지 활약이 알려지며 신청자는 조금씩 늘고 있는 상태다. 이미 고교생 2개 팀, 대학생 1개 팀이 ACG번역단 참여 의사를 밝혀 왔다. 전북 소재 모 고교 재학생은 '범죄심리학자가 되고 싶어 프로파일링 등 관련 서적을 두루 읽었는데, 오픈놀리지를 통해 관심 있는 학생들과 지식을 나누고 싶다'는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심리학에 관심이 많다"는 정용욱군은 "그간 청소년 대상 동영상 강의는 대부분 교과목 위주여서 관심 분야가 있어도 관련 지식을 얻을 방법이 마땅찮았다"며 "오픈놀리지 활동을 통해 지식을 '얻으려는' 이와 '나누려는' 이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진우군은 "창단 멤버가 고교를 졸업한 후에도 오픈놀리지의 명맥이 이어질 수 있도록 현재 노트북 등을 활용, 손쉬운 동영상 제작 도구를 제작 중"이라며 "오는 2015년까지 강연자 500명의 강좌 800편을 완성, 국내에서 가장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지식 나눔 플랫폼으로 정착시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