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사람 피 흐르는 내게 북한, 남의 일 아냐"

    입력 : 2013.08.19 03:05

    [탈북자 인권운동 나선 도산 안창호 외손자 필립 안 커디씨]

    안수산 여사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커디씨
    라오스서 북송된 탈북청년과 北인권 위한 LA콘서트 준비중
    "한국의 인권 개선에도 힘쓴 할아버지 정신 잇는 거예요"

    도산 안창호의 외손자인 필립 안 커디씨는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다 돌아가신 도산처럼, 북한 정권의 억압에서 탈출하려다 강제 북송된 탈북자들은 시대의 순교자”라고 말했다
    도산 안창호의 외손자인 필립 안 커디씨는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다 돌아가신 도산처럼, 북한 정권의 억압에서 탈출하려다 강제 북송된 탈북자들은 시대의 순교자”라고 말했다. /필립 안 커디씨 제공
    "탈북 청소년 9명이 라오스에서 찍은 사진을 봤습니다. 녹색 옷을 입은 그들은 곧 얻을 자유에 들떴는지 환하게 웃고 있더군요. 며칠 뒤 라오스 정부에 체포되고 다시 북한 관리에 의해 북송됐을 때 그 웃음이 처벌과 처형의 공포로 변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도산 안창호의 외손자인 필립 안 커디(57)씨가 지난 5월 라오스에서 북송된 탈북 청소년 9명을 위해 연말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콘서트를 연다. 현재 LA에 거주 중인 커디씨는 18일 본지 인터뷰에서 "미국 사회에서 탈북 청소년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며 "미국인과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가수와 연주자들이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도산의 장녀인 안수산(98) 여사와 미국인 아버지(작고)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UCSB(캘리포니아대 샌타바버라)에서 문화인류학과 자연지리학·수문학을 전공했다. 건설 현장 감독, 서핑 관련 컨설팅, LA 사마리탄 병원 자문역 등으로 일하면서 동시에 한국과 미국에서 도산에 관한 연구·기고 활동을 해왔다.

    그는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을 만나 정치범 수용소의 상황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행동에 나서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최근이다. 라오스 탈북 청소년 북송 소식이 기폭제가 됐다. 그는 "만약 그 청년들이 북한 정부가 원하는 선전 활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 감옥에 갇히거나 처형될 것"이라며 "자유를 찾아 북한을 탈출한 그들의 용기와 지금도 행해지고 있는 북한 정권의 억압을 전 세계가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커디씨는 "할아버지(도산)와 할머니(이혜련 여사)가 평양에 살았다"며 "내 몸의 절반에는 평양의 피, 대동강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남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도산을 평생 연구해온 그는 "도산을 독립운동가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는 전(全) 생애에 걸쳐 한국인들의 자유와 인권 개선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또 "북한 정권의 억압에 저항하고 인간적인 권리를 쟁취하려 노력하는 일은 도산의 정신과 일맥상통한다"고 했다.

    특히 북한은 도산이 꿈꿨던 사회와 대척점에 있다는 것이 커디씨의 생각이다. 그는 "북한은 단순한 독재국가가 아니다"며 "북한 지도부는 일본 제국주의, 독일 나치와 같다"고 말했다.

    커디씨는 몇 년 전까지도 북한에 남아 있는 친척과 편지를 주고받았지만 "북한 정보 당국이 써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 집으로 찾아온 북한 정부 사람과 도산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며 "그들은 진짜 도산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중국·미국 정부도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한국 정부에는 국외에 탈북자들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안식처'를 제공하고 탈북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 달라고 했다. "도산이 교육을 강조했듯이 탈북자를 훌륭한 시민으로 키우는 일은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도 "말이 아니라 실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내 탈북자 문제에도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중국에는 탈북자와 중국인 사이에 태어난 청소년들이 가난과 성매매 등에 내몰리고 있다고 들었다"며 "중국 정부는 이들을 포함해 탈북자를 보호하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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