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돈을 푸는 양적(量的) 완화 정책을 예상보다 빨리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은 1.7%로 시장 전망치인 1%를 웃돌았다. 고용 사정이 호전되고 경기가 살아나면서 물가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계속 돈을 풀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미국 금융가에선 FRB가 빠르면 9월 양적 완화 축소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 다른 나라들도 대미(對美) 수출이 늘어나 경기가 좋아질 수 있지만 양적 완화 축소에 따른 위험도 커진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를 떠받치느라 12조달러 넘게 돈을 풀었다. 덕분에 실물경제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선진국 주가(株價)는 대부분 경제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주식시장에 거품이 끼어 있는 셈이고 그 돈의 일부는 신흥시장국으로 흘러들어가 경기를 띄우는 역할을 했다.

미국이 돈 풀기를 중단하고 달러 공급을 줄이기 시작하면 금융시장 거품도 꺼져 금리가 뛰고 주가가 폭락하게 된다. 신흥시장국들은 외화 자금이 다시 빠져나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경제 회복의 긍정적 효과보다 이런 부정적 효과가 두드러질 것이다. 지난 6~7월 아시아 채권시장에서 60억달러가 빠져나가며 아시아 신흥시장국들의 외화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린 것도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아직 외환 사정이 좋은 편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올 들어 사들인 한국 채권이 37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렇게 밀려들어온 외화 자금이 갑자기 빠져나가면 그 충격이 더 클 수 있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에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나 일본 아베노믹스의 실패 같은 다른 요인이 겹치면 우리도 금융 불안을 피하기 어렵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의 외화 차입(借入) 상황을 꼼꼼히 점검하면서 환율 급변동이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비상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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