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 아쉽다' '(아이가) 어디 가서 무시당할까 걱정이다'…. 키 작은 자녀를 둔 학부모가 겪는 고민은 엇비슷하다. 이들에게 권아름(33·사진) 연세대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조언은 꽤 유익하다. 권 교수는 저신장증·성조숙증 등을 치료하는 소아내분비 분야 전문의. 지난달 31일 진료실에서 만난 권 교수는 자녀 키 문제로 고심 중인 학부모가 참조할 수 있도록 자신이 실제로 맡았던 환자 3명의 진료 사례를 상세히 들려줬다.

case 1│ 저신장·성조숙 증세 동시 발현… 인내심 갖고 장기 치료 필요

황은주 객원기자

A(11)양은 또래보다 사춘기가 일찍 찾아왔지만 키 성장은 더딘 편이었다. 지난해 7월 A양의 신장은 141㎝, 몸무게는 37㎏이었다. 반면, 가슴이 나오고 여드름이 돋는 등 2차 성징은 이미 시작된 상태였다. A양의 부모는 딸이 사춘기를 겪은 후 더 이상 자라지 않을까 봐 전전긍긍했다.

☞권 교수의 처방:
A양은 지난해 7월부터 성장호르몬 치료를 꾸준히 받은 결과, 2013년 7월 현재 152㎝까지 자랐습니다. 만약 그 기간 중 A양이 아무런 의학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최종 키는 155㎝를 넘지 못했을 겁니다.

엄밀히 말해 A양은 저신장증 환자라고 할 순 없습니다. 저신장증은 또래 100명 중 키가 작은 순(順)으로 3명 이내인 경우를 이르니까요. 하지만 A양과 그 부모님은 치료를 강력히 원했습니다. 특히 A양 부모님은 '초경 이후엔 키가 잘 안 큰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A양이 초경을 치른 건 올 1월이었죠. '시간이 많지 않다'는 위기감 때문인지 A양은 매일 힘겨운 성장호르몬 치료를 잘 이겨냈습니다. 성장호르몬은 주사기를 활용, 가정에서 직접 투여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최근엔 투여 용량이 자동 조절돼 편리한 전자식 기기도 나와 있죠. 치료 기간 중 줄넘기·스트레칭 등 운동을 병행한 것도 효과적이었습니다.

case 2│ 성장호르몬 결핍이라면… 정밀검사 후 호르몬 꾸준히 투여

B(12)양은 만 11세이던 지난 2011년 7월 당시 키가 133㎝였다. 연평균 성장치도 3㎝로 현저히 낮은 편이었다. B양 부모는 딸의 저신장증을 의심했지만 검사 결과, B양의 정확한 병명은 (성장호르몬 분비량이 부족해 키가 안 크는) ‘성장호르몬 결핍증’이었다.

☞권 교수의 처방: 성장호르몬 결핍증 환자는 대부분 실제 나이보다 골(骨)연령이 어리고 1년에 4㎝ 이상 크지 않습니다. 골연령은 손(목) 관절 성장판이 열려 있는 정도로 판단하며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 나이가 골연령과 일치하는데도 키가 작다면 최종 키 역시 작을 가능성이 크죠.

B양의 경우, 성장호르몬 결핍 증세를 보이는 데다 혈액 내 성장호르몬 농도가 적어 별도 정밀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검사 후인 2011년 9월부터 지금까지 매일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결과, B양의 키는 2013년 7월 현재 16.4㎝나 자랐습니다.

case 3│ 단지 성장 속도가 느릴 수도… 호르몬요법 대신 정기검진

C(5)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키가 각각 170㎝ 초
반, 150㎝ 후반으로 보통 체격이다. 하지만 C군의 키는 지난 2011년 12월까지만 해도 또래 중 3% 미만에 속하는 95.5㎝였다. 부모 모두 사춘기가 늦게 진행됐다는 점을 감안해도 상당히 작은 키였다.

☞권 교수의 처방: C군에겐 성장호르몬 투여 처방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나이가 어리고 △또래보다 성장이 느렸던 부모의 과거력이 있으며 △연평균 성장치가 정상이란 점 등을 두루 감안해 성장호르몬 치료를 미루기로 한 거죠. C군은 진료실을 찾은 2011년 12월부터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19개월간 C군은 성장호르몬 없이도 키가 12㎝나 자라 키 순위가 10%대까지 올라갔습니다. 참고로 키는 6개월 단위로 같은 시간에 측정하는 게 좋습니다.

자녀가 이럴 땐 키 성장 전문의 찾으세요

□ 연평균 성장치가 4㎝ 미만이다

□ 임신 주(週) 수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태어났다

□ 뇌 수술 등 외상의 과거력이 있다

□ 최근까지 잘 자라다 성장 속도가 둔해졌다

□ 사춘기 발달 정도보다 키 성장 속도가 느리다

도움말: 권아름 연세대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