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16일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하고도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이날 오전 변호사를 대동하고 청문회에 출석한 김 전 청장은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고, 증언이 언론 등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는 과정에서 진의가 잘못 전해지는 경우 형사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선서 거부 이유를 밝혔다. 오후에 청문회장에 나온 원 전 원장도 같은 이유를 들어 선서를 거부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제3조와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면 국회에 출석한 증인이 이유를 소명하는 경우 선서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증인 선서를 거부한 겨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2004년 법사위의 대선자금 청문회 때 송광수 검찰총장이 선서를 하지 않은 적이 있다.

증언감정법에 따르면 선서를 한 후 위증 사실이 밝혀지면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선서를 하지 않은 증인이 거짓말을 한 경우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을 따로 두지 않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선서를 하지 않으면 위증하는 경우에도 처벌할 수 없다"며 "앞으로 재판 중인 사람은 모두 선서를 거부하는 전례가 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증인선서를 거부할 만큼 증인이 뭔가 떳떳하지 못하고,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선서 거부는 (재판을 받고 있는) 증인의 기본권"이라고 말했다.

신기남 특위 위원장(민주당)은 "증인 선서 거부에 대한 나머지 절차에 대해선 양당 간사가 협의하라"고 중재, 청문회는 일단 두 증인의 선서 없이 진행됐다. 그러나 민주당은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는 만큼 두 증인을 국회모욕죄로 고발하는 방법 등을 검토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