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류현진은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또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뉴욕 메츠 테리 콜린스 감독이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LA 다저스와 경기에서 패한 뒤 류현진(26)에 대해 남긴 코멘트 중 하나였다. 콜린스 감독은 "류현진은 확실하게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했다. 스트라이크 이후에 또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를 던졌다"고 칭찬했다.
적장도 인정할 만큼 류현진의 스트라이크존 장악력은 매우 뛰어나다. 심판마다 고유의 스트라이크존과 특성이 있기 마련이지만, 류현진은 어느 심판을 만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다. 메츠전에서도 바로 이 같은 류현진의 장점이 고스란히 나타난 경기였다.
이날 경기 초반 류현진은 낮게 제구된 공이 좀처럼 스트라이크로 잡히지 않았다. 자칫 심판 스트라이크존에 흔들릴 수 있었다. 하지만 들쭉날쭉한 스트라이크존도 류현진에게는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그저 심판이 안 보이게 뒤돌아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보통 투수라면 심판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지 못해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류현진은 다르다. 양상문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그건 제구가 안 좋은 투수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이지, 류현진처럼 원하는 곳으로 언제든 제구할 수 있는 투수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스트라이크 하나 안 잡아줬다고 해서 무너질 투수가 아니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올해 9이닝당 볼넷이 2.61개이고, 최근 5경기에서는 31⅔이닝 동안에 볼넷이 4개로 9이닝당 볼넷은 1.14개까지 낮췄다. 여기에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에서는 바톨로 콜론(오클랜드)과 함께 유이하게 몸에 맞는 볼이 하나도 없는 선발투수이기도 하다. 기본적인 핀포인트 제구를 갖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심리적인 면도 빼놓을 수 없다. 류현진 경기를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는 김경문 NC 감독은 "스트라이크 판정이 왔다갔다하면 볼이 많아지거나 몸에 맞는 볼이 나올 수 있고 안타도 쉽게 맞을 수도 있다. 예민한 투수라면 쉽게 흔들릴 수 있는데 류현진은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전혀 그런 게 없더라. 정말 대단한 투수"라고 감탄에 또 감탄했다.
실제로 류현진은 데뷔전이었던 지난 4월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심판이 우타자 기준 바깥쪽 공을 잘 잡아주지 않아 고전했지만, 이후 몸쪽 외에도 높낮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당시 류현진은 "심판들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존이 있다. 선수가 심판한테 맞춰나가야 한다"며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라야 한다는 말을 그대로 실천했다.
이처럼 류현진이 생소한 메이저리그 스트라이크존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도 안정된 제구와 흔들림 없는 마음가짐이 있기에 가능하다. 빅리그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류현진의 스트라이크존 장악력은 그 어떤 것보다 강한 무기가 됐다.
waw@osen.co.kr
로스앤젤레스=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