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요건만 갖추면 대학을 설립할 수 있는 '대학설립 준칙주의'가 17년 만에 폐지되고, 허가제로 돌아간다. 대학 설립 요건을 까다롭게 해 대학 숫자를 더 이상 늘리지 않겠다는 의미다.
국내 대학(4년제와 전문대) 숫자는 340여개다. 또 앞으로는 박사 학위뿐 아니라 남의 논문을 베끼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석사와 학사 학위도 취소된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 종합발전 방안'을 12일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1995년 ①교사(校舍) ②교지(校地) ③교원 ④수익용기본재산 등 4가지 최소 요건만 갖추면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누구나 대학을 설립할 수 있는 '대학설립준칙주의'를 도입해 이듬해부터 시행했다. 이전까지는 설립 요건을 갖추더라도 지역 균형 등을 고려해 대학 설립을 정부가 제한했었다.
대학 설립이 자유로워지자 대학들이 급증했다. 1996년에 7개가 신설되더니 1997년 11개, 1998년 14개가 새로 생겼다. 결국 사립 대학 수는 1996년 109개에서 2013년 156개까지 늘었다.
전문가들은 "대학설립 준칙주의 도입 이후 교육 철학이나 장기 운영 계획이 없는 '부실 대학'들이 양산됐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대학이 우후죽순 늘어나 2018년부터는 대학입학 정원(55만9036명)이 고등학교 졸업생(54만9890명)보다 많아진다. 대학 숫자를 줄이지 않으면 대학 생존이 위급해지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교육부는 12일 "대학 구조 개혁을 위해 앞으로는 교지·교사 등 설립 요건을 강화하는 동시에, 학교경영계획이나 교육과정, 재정운영 계획 등 정성적인 측면도 엄격히 심사해 대학 설립 허가를 내주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신인섭 사립대학제도과장은 "학내 분규가 심각한 대학이나 큰 비리가 발생한 사학은 그때그때 특별 감사를 통해 퇴출시키겠다"고 밝혔다.
석사·학사도 논문 표절 걸리면 학위 취소하기로
-'표절 공화국' 오명 벗을까
심사위원 명단 공개 의무화, 논문 지도교수 자격도 강화… 표절 가이드라인은 없어
우리 대학가에 남의 논문을 베껴 쓰는 행태가 심각한 상황에서 앞으로 박사뿐 아니라 석사·학사 논문도 부정하게 취득한 사실이 적발되면 학위가 취소된다. 교육부는 이날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표절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남의 글이나 논문을 베끼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다. 포털 사이트에서는 '논문 대필' '논문 컨설팅' 등을 검색해 남에게 논문 쓰는 것을 쉽게 맡길 수 있다. 논문 베끼기는 유명인도 예외가 아니다. 올 초 유명 영화배우가 대학원에 제출한 석사 논문이 표절한 것으로 드러나 학위를 반납한 적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박사보다 석사가 수요도 많아 표절 등 문제도 더 심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2008~2012년 5년간 전국 대학·전문대·대학원대학 415개의 연구 윤리 위반 실태를 조사했더니, 대학들이 적발한 169건 중 101건(59%)이 표절이었다. 표절 중 학위논문은 석사 13건, 박사 10건이었다. 대학들이 적발하지 못하거나 눈을 감아준 사례도 상당수 있다는 학계 관계자들의 말에 비춰볼 때, 학위논문 표절 실태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는 “앞으로 학위 논문을 등록할 때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논문 지도교수 자격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는 대학마다 심사 위원 명단 공개 여부가 제각각이다.
그러나 정부의 표절 문제 대책이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외국 대학들은 논문 표절 여부를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표절에 대한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표절 시비가 일어나면 개별 대학에서 알아서 판단해 조치하는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