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놓고 민주당의 정치 공세가 거세다. 민주당은 11일 세제 개편안을 '중산층 증세(增稅)'로 규정해 장외투쟁 명분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싸늘한 여론에 당황한 정부와 여당은 "중산층만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부유층일수록 세 부담이 무거워진다"고 해명하고 있다. 저소득층을 돕기 위해 중산층과 상위층이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을 둘러싸고 여야 간 '증세(增稅) 프레임' 전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민주당, 대기업·부자 증세론으로 정치 공세

민주당은 정부의 세법 개정안을 중산층 증세라고 몰아세우면서 대안으로 '부자 증세'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개혁특별위원회 간사인 홍종학 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 1%' 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하면 정부가 중산층의 유리 지갑에 손을 벌리지 않아도 공약을 지킬 수 있다. 정부 세법 개정안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말하는 부자 증세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현재 과표 3억원이 넘는 소득자에게 적용하는 38%의 고(高)세율을 과표 1억5000만원이 넘는 경우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 방안이 실행되면 5년간 세수 3조5300억원 증대 효과가 있는 것으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추정하고 있다.

'소득세 증세분 1조7000억원 누가 부담하나' 그래프, '세제개편안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와 정부 대응' 표

둘째는 대기업 법인세 인상이다. 지금은 과세표준액 2억원 이하 10%,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 22%로 법인세가 부과된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 마련한 개정안에서는 2억원까지 10%, 2억~500억 22%, 500억 초과 25%로 대기업 대상 법인세가 상향 조정돼 있다. 민주당은 여기에 대기업들의 최저한세율(각종 세금 감면을 받아도 최소한 내야 하는 세율)을 2%포인트 올리는 조세특례법 개정안도 발의해놓고 있다. 이 법안을 낸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대기업의 실효 세율을 올려 향후 5년간 세수 3조2000억원을 더 확보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정부·여당 "중·상위층 고통 분담이다"

정부와 여당은 "세제 개편안은 중산층 증세가 아니라 (복지 확대를 위한) 중상위층의 고통 분담 방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연봉 3450만원이 넘는 근로자 434만명이 세금을 더 내기는 하지만 세 부담이 많이 늘어나는 계층은 대부분 연봉 1억원 이상 고소득자라는 게 정부 주장의 골자다. 실제로 이번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연봉 1억원이 넘는 고소득자 52만명이 더 내는 세금은 8400억원이고, 연봉 4000만원 초과~1억원 이하 중상위층 307만명은 6100억원을 더 부담한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관은 "세제 개편안은 고소득층일수록 부담을 늘리되 가급적 세 부담을 공평하게 나누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기업 증세를 요구하는 민주당의 증세안은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어 과세 기반을 약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세제 개편으로 대기업의 세금 부담도 연간 1조원 이상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가 간 조세 경쟁이 격화되면서 200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율을 내린 국가만 있지 올린 나라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또 부자 증세가 우선돼야 한다는 민주당 주장과 관련, "지하경제 양성화 차원에서 5년간 27조원을 더 거둬들일 계획에 고소득 전문직과 자영업자에 대한 세원 발굴 강화 방안이 포함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여당 "국회서 논의할 것" 협상 여지 열어놔

증세 프레임 전쟁에서는 일단 민주당이 유리한 국면이다. 다수 여론이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대해 월급쟁이 유리 지갑 털기라며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과 정부는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협상 여지를 두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다른 여권 고위 관계자도 11일 "조만간 새누리당 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의원총회에서 수정 방향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 요구 중 일부를 받아들일지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연봉 3450만원으로 그어진 증세 기준선을 4000만~5000만원 사이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하면 당초 세제 개편안에 비해 연 3000억원 안팎의 감세 효과가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