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 주재하는 외국인 경제 전문가들은 체류 기간에 따라 중국 경제를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갓 들어왔을 때는 비관적으로 보는 인사들이 많지만, 오래 체류하게 되면 낙관적인 입장으로 변해 간다. 5년 이상 체류하고도 여전히 비관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는 전문가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베이징의 많은 전문가는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발생한 지 불과 한 달 반 만에 4조위안(약 720조원)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놓아 위기 확산을 차단했다. 2009~2011년 중국은 연 9%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했고, 외환 보유고도 1조2000억달러나 늘어났다.
물론 그에 따른 후유증도 적잖았다. 소비자 물가가 연간 5~6%씩 급등했고, 대도시 부동산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12차례나 은행 지급준비율(예금 대비 현금 보유 비율)을 올리는 집요한 정책으로 시중에 풀린 자금을 흡수해 물가를 잡았다.
지난 5년간 중국 경제를 지켜보면서 느낀 중국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 기조는 '안전제일'이다. 불안 요소가 보이면 효율을 희생하더라도 과감한 선제 조치로 안전부터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효율 논란에도 계속 유지하고 있는 3조4000억달러 이상의 막대한 외환 보유고이다.
지난 6월 하순 상하이 은행 간 금리(SHIBOR)가 13.4%까지 치솟았을 당시, 해외에서는 그림자 금융(규제를 받지 않는 제2 금융권) 부실로 인한 중국발 금융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시장에 사전 경고를 보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였다.
중국 대형 은행들은 그동안 인민은행의 예·대출 금리 통제가 적용되지 않는 고금리 이재 상품으로 '돈놀이'를 해왔다. 부채 비율이 높은 지방 공기업, 신용이 떨어지는 중소기업 등이 이런 자금의 수요처이다. 인민은행은 은행 자금 수요가 집중되는 반기 말을 골라 자금줄을 끊음으로써 '이런 위험한 돈놀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다. 다급해진 은행들이 은행 간 단기 자금 시장으로 몰리면서 금리가 급등한 것이 이 사태의 본질이다.
지난 20여년간 중국 국내외에서는 끊임없이 중국 경제 위기론이 불거져왔다. 중국 경제 곳곳에 각종 위험 요인이 도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런 위험을 보는 중국 안과 밖의 시각에는 큰 차이가 있다. 외부에서는 시장경제의 보편적 경험을 중시하는 반면, 중국 내에서는 중국적 특수성에 더 무게를 두고 본다. 국유 부문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자본시장도 거의 외부와 차단된 중국에서 금융 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은 우리 무역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중요한 경제 파트너이다. 중국 경제를 판단할 때는 이런 내외의 시각을 골고루 살펴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입력 2013.08.1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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