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가 10일 삼성전자의 일부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내 수입을 금지했다. 미 ITC는 애플에 대해서도 지난 6월 일부 제품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으나 지난 4일 오바마 대통령이 이 조치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이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해서도 앞으로 60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인지 세계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게 됐다.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애플과는 달리 삼성전자 제품의 수입 금지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주창해온 자유무역과 공정 경쟁 주의는 남에게만 요구하는 것이고 미국 자신은 예외라는 것을 세계 앞에서 공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바마 대통령은 애플 제품 수입 금지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애플이 침해한 특허가 '표준특허'라는 점을 이유로 내세웠다. 표준특허는 기술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적 요소여서 애플이든 삼성전자든 누구나 특허료만 내면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가 침해했다는 애플의 첨단 기술 특허는 먼저 사용 계약을 맺은 뒤 특허료를 지불하고 사용해야 하는 '상용(商用)특허'라는 것이다. 오바마가 이를 명분으로 애플과는 달리 삼성전자 제품 수입 금지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더 많이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 미국 행정부가 삼성전자 제품 수입 금지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미국의 국익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지식재산권 최강국이다.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양자·다자간 무역협정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핵심 목표 중 하나가 지식재산권 보호다. '삼성전자 대(對) 애플'의 싸움에 미국 정부가 끼어들어 미국 업체의 보호자로 나서는 것을 세계가 보게 되면 어느 나라가 미국의 요구와 주장을 수긍하겠는가.

보호무역주의는 미국과 세계 앞에 놓인 커다란 함정이다. 미국이 그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면 보호무역이란 블랙홀이 세계 경제를 빨아들이고 말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현명한 결정으로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의 무대가 법정이 아니라 시장(市場)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가장 큰 수혜자는 미국과 미국 소비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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