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다른 만큼 특별한, 내게 장애란 그런 겁니다

조선일보
  • 정지섭 기자
    입력 2013.08.10 03:00

    [7개월 만에 평창行… 이병우 스페셜 뮤직페스티벌 음악 총감독]

    리 릿나워·김세황·부활 등과 스페셜 동계올림픽 기념행사
    고교 시절 다친 오른쪽 무릎 치료 잘못 받아 장애 안게 돼
    "느린 선수를 응원하던 함성, 장애 청년이 부른 애국가… '감동'의 취지를 잇는 행사"

    "아직도 눈에 선해요. 스페셜 올림픽 개·폐막식과 경기장을 가득 채워줬던 친구들과 가족들의 흐뭇한 미소…. 그 아름다운 추억을 이어가는 유산(遺産)에 참여할 수 있게 돼 기쁘죠."

    머리카락 한 올 없는 시원한 머리와 두꺼운 안경테가 트레이드마크인 기타리스트 겸 영화음악가 이병우(48·성신여대 교수)는 정말 기쁜 표정이었다.

    지난 1월 세계 지적발달장애인들의 스포츠 제전인 평창 스페셜 동계올림픽의 예술감독을 맡아 개·폐막식을 연출하고 공식 주제가('투게더 위 캔')도 만들었던 그가 스페셜 올림픽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평창 스페셜 뮤직 페스티벌(6~10일·알펜시아)의 음악 총감독으로 7개월 만에 다시 평창 무대에 섰다. 영화 음악 작업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잠시 멈추고 9일 밤 알펜시아 무대에서 재즈 기타리스트 리 릿나워·김세황·부활 등과 함께 '다이나믹 기타 심포니' 출연진으로 참가한 것. 이병우가 홀로 무대에 올라 클래식·포크용 두 개의 넥(neck)이 달린 전용 듀얼 기타로 '새' '투게더 위 캔' 등을 연주하자 시끌벅적했던 객석은 마법에 홀린 듯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기타리스트 이병우(48)가 서울 삼성동에 있는 자신의 기타 가게에서 직접 제작한 ‘기타 바(Guitar Bar)’를 들고 있다. 이씨는 “스페셜올림픽과 뮤직페스티벌 일을 하면서 제 자신이 배우는 게 참 많다”고 했다
    기타리스트 이병우(48)가 서울 삼성동에 있는 자신의 기타 가게에서 직접 제작한 ‘기타 바(Guitar Bar)’를 들고 있다. 이씨는 “스페셜올림픽과 뮤직페스티벌 일을 하면서 제 자신이 배우는 게 참 많다”고 했다. /이덕훈 기자
    공연 전 만난 이병우는 "스페셜 올림픽과 뮤직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제가 얻고 배우는 게 솔직히 훨씬 많다"고 했다.

    "출연진 명단을 보세요. 팝과 클래식의 많은 명연주자가 선뜻 평창으로 달려왔어요. 세대를 넘어서 공감할 수 있는 무대가 됐다는 게 더욱 뜻깊죠. 이를테면 리 릿나워 같은 분은 저는 이번 행사를 통해 처음 만나게 됐지만, 지금 지적장애 청소년들을 키우는 부모 세대는 모르는 분이 거의 없을 거예요. 자기 아이에게 음악의 즐거움을 알려주러 행사장을 찾았다 젊은 시절 음악의 우상과도 만난다…. 얼마나 멋진 일이에요?"

    그는 이제 '장애인들의 음악 멘토'라는 새 경력을 쌓는 중이다. 지난해 이병우에게 특별수업을 받았던 김지희(19)양은 스페셜올림픽 폐막식에서 특별공연을 펼쳐 큰 박수를 받았고, 이번 뮤직페스티벌 무대에서 한층 향상된 기량을 뽐냈다.

    "나중에 죽음을 앞두고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갈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스페셜 올림픽 때일 거예요. 뇌의 대부분을 잃은 장애 청년이 부르는 애국가, 초스피드가 아닌 느릿느릿 내려오는 스키 활강 선수들을 응원하던 우렁찬 함성…. 그냥 '감동'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 취지를 이어가는 이번 뮤직페스티벌 같은 행사들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대에선 멀쩡해 보이지만 사실 그는 몸이 불편하다. 고등학교 때 무릎을 다친 뒤 병원 치료를 잘못 받는 바람에 오른쪽 무릎을 거의 굽힐 수 없는 장애를 안게 됐고 걸음걸이도 불편하다. 이병우는 "그래서 신체 상황이 좀 다른 이들에 대한 시선이 남다른 건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지적장애인들이) 외모가 다르고, 시선이 안 맞고, 하는 말이 좀 다른데 남들과 구분되는 그 '다름'은 음악을 하는 데 큰 영감을 줄 수도 있어요. 다른 만큼 특별하잖아요. 전 그래서 '스페셜'이라는 말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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